사모(私募)펀드가 증권시장을 뒤흔들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잇달아 사모펀드를 설립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정부가 사모펀드 관련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浮動)자금이 사모펀드를 통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소버린처럼 거액 자산가로부터 돈을 모아 투자한 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줄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사모펀드 현황 =7일 현재 국내에서 만들어진 주식형 사모펀드는 89개로 펀드규모는 1조8천억원에 달한다. 전체 주식형펀드 21조원(혼합형 포함)중 8.1%에 이른다. 주로 연기금 금융회사 법인 등이 활용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의 영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한 KCC 사모펀드를 제외한 대부분이 단순 투자차익을 목적으로 한 펀드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외국계 사모펀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제일은행을 사들인 뉴브리지캐피탈,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 등이 한국에서 활동 중인 대표적인 외국계 사모펀드다. 최태원 회장과 SK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소버린도 사실상 사모펀드다. ◆ 사모펀드 줄이을 전망 =도이치투신은 기업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 개선펀드'의 설립을 추진 중이다. IFC(국제금융공사)와 국내 은행 보험 등이 2억5천만달러 정도를 출자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도 비슷한 방식의 사모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선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완화방안이 확정되면 다양한 사모펀드가 출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사모펀드 활성화 영향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제한이 적고 투자자가 펀드운용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공모펀드에 비해 상대적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거액 자산가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가 쉽다. 이에 따라 뭉칫돈이 증시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획득이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기업의 주가는 크게 뛸 수도 있다. 사모펀드와 분쟁을 빚은 현대엘리베이터나 SK㈜의 경우 주가가 단기간에 5배나 치솟았다. 하지만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들은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에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적은 투자금과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가치에 비해 시가총액이 적은 회사의 경우 사모펀드가 지분을 매집해 청산이나 자산 매각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증권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1백억원만 들이면 경영권을 가질 수 있는 상장기업이 전체의 35%(2백12개사)나 돼 이같은 우려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