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원전센터 유치를 둘러싸고 반대파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주민들이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여간 의미있는 일이 아니다. 반대논리만이 지배하던 터에 찬성논리가 처음 대두됨으로써 주민들이 원전센터 건설에 대한 균형잡힌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부안은 지난 7월 원전센터 유치 선언 이후 1백30일 넘게 시위가 계속되면서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피폐해졌다. 생업은 고사하고 잇따른 폭력사태로 수많은 주민과 경찰이 부상을 당하는가 하면,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군수가 집단폭행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여러번 겪었다. 급기야 정부는 주민투표안을 제시하면서 사태 진정을 바라고 있으나 불신은 오히려 증폭되고 반대투쟁을 선도하는 핵폐기장 백지화대책위간의 힘겨루기 양상만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원전센터 지지를 표명한 부안사랑나눔회와 부안지역발전협의회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 같다. 극단으로 치닫는 정부와 대책위간의 조정역은 물론이고 침묵하는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이들 단체가 성명에서 밝혔듯 부안은 원전센터 건설을 놓고 "반대하는 것만이 진실이고 찬성하면 매향노"라는 반대측의 일방적인 주장만이 지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원전센터가 과연 부안을 죽음의 땅으로 만드는 위험한 시설인지,그리고 부안발전에 '약'이 될 것인지 아니면 '독'이 될 것인지 하는 합리적인 토론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다. 여기에서 원전센터 건설의 타당성을 논하고 싶진 않다. 향후 자유토론과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그 절차가 민주적이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처럼 일방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불행한 사태만을 초래할 게 뻔하다. 다행히 며칠전에는 전주 지역방송국에서 찬·반 양측 인사들이 나와 토론회도 가졌다는데 예전과는 달리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해 일단 최악의 상황은 비켜가는 것 같다. 대규모 국책사업일수록 더욱이 그 사업이 주민들의 이해와 직결돼 있을수록 충분한 토론과 대화가 우선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금처럼 목소리 큰 한편의 주장으로 주민들의 알권리가 봉쇄돼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부안 원전센터 찬성단체들의 지지성명은 소중하며,정부는 대화의 한 축으로 이들 단체를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