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틈타 인터넷에서 중고품이 빛을 보고 있다. 온라인 장터에서 중고품 거래가 부쩍 활기를 띠고 대기업 계열 종합쇼핑몰에까지 중고숍이 등장했다. 중고품 거래가 활발한 대표적인 곳은 온라인 장터 옥션이다. 지난달 이곳에서 열린 렌털 컴퓨터 판매 행사에서는 매물로 나온 2백대가 하루 만에 동나기도 했다. 3·4분기 중고품 거래실적은 30만건. 지난해 3·4분기 13만9천건의 2배가 넘는다. 특히 불황 때문인지 중고 출산·유아용품 거래가 활발하다. 요즘 옥션 내 중고품 카테고리인 '우리들의 중고세상'에는 출산·유아용품이 하루 1천4백여건씩 올라온다. 연초에 비해 2배 가까운 규모다. 유축기나 아기 장난감까지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옥션 박주만 상무는 "살림을 꾸리는 주부들은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불황이 길어지자 돈이 된다면 작은 물건이라도 내다 팔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계형 중고품'인 고구마 굽는 드럼통,붕어빵 제조기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인터넷벼룩시장 파인드올의 중고품 직거래 사이트인 파인드유즈드(www.findused.co.kr)에도 최근 중고물품 등록 및 판매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 5월 오픈한 이 사이트에는 현재 10만건이 매물로 올라 있다. 초기에는 개인사업자가 올리는 신품과 중고품 비율이 반반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일반인들의 등록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중고품 비율이 약 70%까지 높아졌다. 거래 품목도 생활용품 골동품 소장품 애완동물 등으로 다양해졌다. 온라인 마켓포털 온켓도 이런 추세에 맞춰 이달 중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중고품 거래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기로 했다. 또 게임 DVD 등 전문 커뮤니티와도 연계해 중고 카테고리를 적극 활성화할 계획이다. 신제품만 취급하던 인터넷몰들도 '중고품' '준신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솔CS클럽은 최근 '중고 명품 숍'을 열었다. 주로 샤넬 루이비통 물건을 다룬다. 종합쇼핑몰에 중고가게가 생기기는 처음이다. 한솔은 홈쇼핑 시연상품·전시상품 코너도 상설했다. 중고품 이벤트도 활발하다. 옥션은 정보기기 대여 업체,반품제품 전문업체 등과 손잡고 오는 14일까지 '렌털·반품 컴퓨터 천원 경매'를 한다. 대여용으로 사용됐던 상품이나 반품된 상품 등 3백51대의 컴퓨터 및 주변기기를 1천원 경매에 부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거라지(garage) 세일'로 중고 가재도구를 처분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실용적 구매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