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5일 오전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었는지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경영관리본부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치자 롯데 직원들은 사무실 밖에 삼삼오오 모여 초조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이 여러차례 진행된 터라 우리도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며 "영수증 처리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대선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해도 별다른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검찰이 롯데호텔 경영관리본부 김병일 사장 등 그룹 고위 관계자들을 조만간 소환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검찰로부터 임원진 소환 통보를 받은 것은 없는 걸로 안다"면서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임원진 소환 여부를 벌써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압수수색 시작 5시간 만인 오후 3시30분께 박스 7개 분량의 회계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해 사무실을 떠났다. 한편 재계는 검찰이 롯데그룹의 구조조정본부격인 롯데호텔 경영관리본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재계서열 9위인 롯데그룹 내 핵심 조직에 대한 압수수색 선례를 남김으로써 여타 그룹의 구조조정본부도 언제든지 뒤질 수 있다는 점을 상당히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기인 연말에 압수수색이 잇따르고 있어 내년도 사업계획조차 아직 확정하지 못하는 회사들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