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소도시에 사는 발랄한 처녀 케이티가 뭇매를 맞고 숨진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의 아버지 지미(숀 펜)는 복수를 다짐하고 자체 수사에 나선다. 지미의 옛 친구이자 현직 경찰인 숀(케빈 베이컨)은 담당 수사관으로 조사에 착수한다. 그런데 지미와 숀의 다른 옛 친구 데이브(팀 로빈스)는 사건 당일 밤 피투성이가 된 채 귀가함으로써 용의자로 지목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세 친구는 청소년기에 끔찍한 범죄에 함께 연루됐다가 서로에 대해 적개심을 간직한 채 헤어졌으며 케이티의 피살 사건으로 다시 만난 것으로 밝혀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스릴러 '미스틱 리버'는 그러나 살인과 범인 추적을 다룬 단순한 범죄영화가 아니다. 과거의 범죄가 현재의 범죄와 심정적으로 어떻게 연계되는지 면밀하게 포착한 심리영화이자 인간의 죄의식과 믿음에 관한 휴먼드라마다. 감독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밝힐 수 없는' 비밀과 '내색해서는 안될' 의혹 등 곤혹스런 상황에 직면한 인간들의 심리와 행동이다. 살인 사건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블로우 업'에 등장했던 것처럼 관객의 관심을 유도하거나 주제를 끌어오기 위한 메타포(은유)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많은 힌트를 제시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수사과정보다 배우들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주시하도록 연출했다. 가령 지미가 복수를 다짐하는 대목에서 그의 살인이 예고되며 용의선상에 오른 데이브가 케이티의 살인범이 아님을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 카메라는 세 친구들의 죄의식을 집요하게 들춰낸다. 데이브는 끝없이 자학하고 지미는 죄의식을 책임감으로 치환시켰으며 숀은 친구들과 의절한 채 고립과 단절 속에 산다. 각자가 죄의식을 수용하는 방식에 따라 타인으로부터 얻는 믿음도 다르게 나타난다. 가장 가까운 타인인 아내들의 눈을 통해 세 친구의 신뢰도를 짚어 낸다. 이 영화에서 신뢰를 상실한 인물들은 모두 처벌된다. 자신을 부정하는 데이브는 죽임을 당하고 그를 의심한 아내는 남편을 잃는다. 또 아빠를 배반한 케이티는 살해된다. 반면 책임감에 이끌려 살인을 저지른 남편은 아내로부터 변함없이 존경받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스물네번째로 연출한 이 영화는 그의 대표작 '용서받지 못한 자'에 필적할 만큼 뛰어난 연출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수작이다. 5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