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쪽 티크리트에서 피격당한 한국인 근로자들과 유족들은 국가배상과 국내 산재보험금 지급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원청업체인 미국 워싱턴 인터내셔널 그룹과의 손배 협상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희생자들은 이날 바그다드 호텔을 나와 지프를 타고 티크리트로 이동중 고속도로에서 저항세력 테러분자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지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국가배상법 2조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다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가 주요 시설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재해가 발생했거나 군부대 내에서구타 등 위법 행위로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국가가 배상토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피해 근로자들의 사고 경위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직무집행과는 거리가멀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국 워싱턴그룹의 송전탑 건설 하청을 받은 오무전기는 건교부와 산자부에 해외건설 수주신고서만 제출했을 뿐 외교통상부와 바그다드 한국 대사관에 신고하지 않고 근로자들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져 국가배상은 더욱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업체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산재보험금을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국내 업체들은 모두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있으며 현행 산재보험법 105조 2항에 따르면 '국외파견자에대해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가입신청을 해서 승인을 얻은 경우'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산재보험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오무전기 사장과 연락이 두절돼 이들의 사고 경위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들이 작업을 위해 이동중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이라크 재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중이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보기 힘들다. 근로자들이 작성한 근로계약서의 "업무 중 발생한 모든 안전사고는 워싱턴그룹과 협의한 기준에 따라 보상하며, 오무전기에는 어떤 보상도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도 불리한 부분이다. 오무전기측도 보상문제에 대해 "공사를 하청받은 워싱턴그룹에서 보험을 가입한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관계 파악후 유가족과 보상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라는 입장이어서 유족들은 미국회사를 상대로 미국법에 따라 소송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피해자들로서는 테러 위협이 상존하는 이라크 지역에 파견근무한 점을 감안, 업무상 재해를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지만 깐깐한 외국 보험사들이 사고경위 및 법적 해석과 관련해 다른 주장을 내놓을 경우 소송은 더욱 힘겨워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