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10:56
수정2006.04.04 10:57
자영업자 K씨(45)씨는 며칠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고혈압이 원인이었다.
혈압이 평소 높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뚜렷한 고혈압 증세가 없어 방치해 생긴 합병증이었다.
의학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약 25%가 고혈압 환자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75%가 K씨처럼 자신이 고혈압 환자인지도 모르고 있고,적절한 치료를 받아 정상혈압을 유지하는 환자는 5%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혈압 환자 대부분이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심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빈번해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로도 불린다.
날이 추워지면 고혈압을 더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주간(12월 첫째주)을 맞아 고혈압 원인과 치료 방법 등을 알아본다.
◆고혈압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고혈압은 혈압이 어느 정도 이상되면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에 기초해 정해졌다.
이상적인 혈압(최고혈압/최저혈압·단위 ㎜Hg)은 1백20/80 미만이며 1백30/85 미만이면 정상혈압,1백40/90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이런 고혈압 기준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이 고혈압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정상혈압을 1백20∼1백29/80∼89에서 1백20/80미만으로 정하고 1백20∼1백29/80∼89를 고혈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고혈압 전기단계'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의료계에서는 미국 기준을 따를 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예를 들어 혈압이 1백29/84일 경우 미국 기준으로는 고혈압 전기단계이지만 한국과 유럽 기준으로는 정상이어서 어느 기준을 따르냐에 따라 치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계는 미국이 질병 예방차원에서 정상혈압을 강화한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합병증이 더 무섭다=고혈압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이 90∼9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다른 질환에 의해 혈압이 상승하는 이차성 고혈압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통 말하는 고혈압은 본태성 고혈압으로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 작용해 발생한다.
부모나 친척 중에 고혈압 환자가 있으면 고혈압 발생가능성이 높다.
나이가 들수록,염분 섭취가 많을수록 고혈압의 위험성이 높아지며 비만은 혈압상승의 중요한 원인이다.
스트레스와 흡연도 혈압을 높이며 날씨가 추우면 혈관이 수축돼 혈액 흐름이 나빠져 혈압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혈압은 여름보다 겨울에 높다.
고혈압은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무서운 건 합병증 때문이다.
혈압이 올라가면 뇌 심장 신장 등에 손상을 초래해 수명을 단축시킨다.
뇌줄중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신장기능저하 시력저하 등이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소금 섭취량을 줄여야=고혈압의 치료는 심한 경우 강압제를 복용함으로써 혈압을 낮추는 약물요법을 사용하지만 보통은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써 고혈압을 예방 치유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식이요법으로 저염식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아직도 하루 15∼20g에 이른다.
서구의 10g,일본의 12g에 비해 훨씬 높다.
고혈압 환자의 50%는 염분 섭취를 줄이면 혈압이 내려간다.
그 외 걷기 조깅 등 유산소 운동,체중 조절,금연,절주나 금주,스트레스 해소 등도 혈압의 조절에 도움이 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도움말=박정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박종훈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