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투증권이 미국 푸르덴셜에 팔린 데 이어 한투·대투증권도 내년 상반기 중 새 주인을 찾게 되면 투신업계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현재 32개 투신사 가운데 수탁고 5조원을 넘는 회사는 8개사에 불과하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67%에 달한다. 노병수 투신협회 상무는 "막강한 조직과 인력 풀(pool)을 갖고 있는 '투신 빅3'의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중소형사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소형 투신사들은 이합집산 등을 통해 대형화 또는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특화전략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 미래에셋이 SK투신을 인수,외형을 키우려는 것도 외국계 '공룡'들과 맞서 싸우려면 대형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국내 투신시장이 현재는 신뢰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업연금 도입 등 향후 시장여건 변화를 고려하면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라며 "대형사들과 정면승부를 걸기 위해서라도 덩치를 키우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뿐만 아니라 동원투신 교보투신 국민투신 랜드마크 한화투신 템플턴투신 등도 대형화 전략을 고심 중이다. 특히 은행이나 증권사가 모회사인 몇몇 투신사는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투신사 사장은 "투신시장이 빨리 정상을 되찾지 못하는 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M&A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기업은행은 프랑스 SG그룹과 합작으로 투신사 한 곳을 인수한다는 방침아래 현재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M&A 대상으로 나와 있는 곳은 한투 대투를 비롯 조흥투신 동양투신 SK투신 서울투신 등이 꼽히고 있다. 매각주간사 선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한투 대투의 국내 인수 후보자로는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동양투신은 대주주 증자와 함께 외자유치 및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손자회사인 조흥투신은 신한BNP파리바투신과 합병하거나 매각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우증권 자회사인 서울투신도 한투 대투 매각과 연계돼 새 주인을 찾을 전망이다. 일부 회사들은 대형화 대신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내년 초 투신사로 전환할 플러스자산운용은 차익거래,롱숏(long-short) 플레이 등으로 시장과 무관하게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방식의 운용사로 특화전략을 선언했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은 "펀드보수를 일반펀드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받을 수 있어 굳이 대형화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탁고 2조∼3조원대의 회사 가운데 대형화할 형편이 되지 못하고 특화전략으로도 갈 수 없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소형사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