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한 뒤에야 깜빡 잊고 자동차 등록원부를 준비하지 않고 출근한 걸 깨달았다. 고민하던 K씨는 편의점에 민원서류 무인발급기가 있다는 얘기가 생각나 신사역사거리에 있는 세븐일레븐으로 달려갔다. 발급기를 찾아 스캐너에 엄지손가락을 올려 놓으니 '위이잉∼' 하며 몇초 만에 등록원부가 나왔다. K씨가 경험한 바와 같이 편의점에 정보기술(IT) 서비스가 부쩍 늘고 있다. 인터넷쇼핑 상품 픽업,디지털카메라·휴대폰 사진 즉석 인화,티켓 온라인 예약,민원서류 무인발급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이 'IT스테이션' '오프라인 포털'로 거듭나고 있는 것. 편의점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서비스는 디지털카메라(디카)·휴대폰 사진 즉석 인화다. 바이더웨이는 90초 안에 메모리카드에 저장된 사진을 뽑아주는 디카 사진 인화 서비스를 대학가 1백여개 점포에서 실시하고 있다. 연말까지 전국 7백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훼미리마트는 디지털 사진 인화를 비롯해 현금 인출,상품권 구매,영화 공연 등 티켓 예약 서비스 등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MMK(멀티미디어키오스크) 단말기를 다음달부터 보급한다. 내년 말까지 4백개,2006년까지 모두 1천2백개 점포로 늘릴 계획이다. LG25는 다음달 중순부터 디카는 물론 휴대폰 사진도 즉석에서 인화할 수 있는 복합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현금인출,경기장 입장권 발매 등의 기능을 갖고 있는 ATM을 보완해 영화 공연 등의 티켓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훼미리마트는 또 2백개 점포에 각종 광고,공중파·케이블TV 등을 방영하는 PDP를 설치해 고객들의 눈길을 끄는 데 힘쓰고 있다. 훼미리마트 서울 역삼경남점을 운영하는 윤혜경씨는 "전국적으로 편의점 수가 7천개 이상으로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PDP 등으로 차별화해 고객을 끌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원서류 무인발급기는 서울 강남구청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훼미리마트와 세븐일레븐에 각각 3대씩 설치돼 있다. 주민등록 등·초본,토지·임야대장,공시지가확인서,병적증명서,세무 관련 증명 등 각종 서류를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보광훼미리마트 이건준 부장은 "편의점의 점포망을 활용하려는 IT 관련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편의점이 '생활 거점'(Living Station)에서 한 걸음 나아가 'IT 서비스 거점'(IT Station)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