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투증권과 현대투신운용이 매각 추진 3년여 만에 미국 푸르덴셜금융그룹으로 넘어가게 됐다. 제일생명이 지난 99년 프랑스 알리안츠생명에 매각된 이후 국내 금융회사가 펀드가 아닌 외국계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어간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매각가격이 공적자금 투입 금액에 훨씬 못미쳐 헐값 매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굵직한 은행 보험 투신 등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해외에 팔려 나가고 있는데 대해서도 '금융 주권'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 헐값 논란 불가피할 듯 해외 매각 때마다 반복된 헐값 논란은 이번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투입해야 하는 공적자금에 비해 받을 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현투증권 부실 해소와 재무건전성을 충족시키고 현대오토넷 현대정보기술 현대택배 등 현투증권이 보유한 현대 계열사 지분을 사오는데 약 2조4천억∼2조5천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또 양사가 보유한 후순위 채권 손실분과 각종 소송에 따른 비용 등도 사후에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사후 손실보전 금액은 최대 지분 80%를 매각하는 가격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해 많으면 3천억∼3천5백억원 정도가 투입될 것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전체적인 공적자금 투입규모는 2조7천억∼2조8천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부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기껏해야 1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우선 1차 매각키로 한 현투증권 지분 80%는 푸르덴셜이 매각대금을 납입하는 시점(매각완료 시점)에서 1년간의 현금흐름 등 영업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3천5백억원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 20% 지분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3년 후 푸르덴셜이 살 수 있는 콜옵션과 예금보험공사가 팔 수 있는 풋옵션을 각각 갖기로 했다. 영업실적이 개선된다면 약 2천억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선진 경영기법 수혈받을까 매각 업무를 맡아온 윤용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은 "매매차익을 노리는 펀드가 아니라 직접 경영을 전제로 하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동안 제일은행을 비롯 한미은행 외환은행 등 금융사들이 잇따라 외국계에 넘어갔지만 인수 주체는 대부분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한 펀드들이었다. 외자유치론자들이 해외매각의 명분으로 강조했던 선진 경영기법 도입 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는게 중론이다. ◆ 자본시장 지각변동 예고 인수회사인 푸르덴셜 국제투자회사의 스티븐 펠레티어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투증권 인수 후 CJ그룹 계열 제일투자증권과도 인수협상을 벌여 궁극적으로 두 회사를 합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두 전환증권사가 합병해 자회사인 현대투신운용과 제일투신운용까지 합칠 경우 수탁고 기준 투신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푸르덴셜은 이미 제투증권에 투자한 우선주와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바꿔 경영권을 인수키로 하고 CJ그룹측과 양해각서(MOU)를 다음주에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1위 투신사의 탄생은 이미 국내 투신시장에 진출한 프랭클린템플턴 PCA 랜드마크 도이치 슈로더 신한BNP파리바 하나알리안츠투신 등의 국내 시장 공략과 함께 주식과 채권을 소화, 유통시키는 간접투자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외국계로 넘어감을 뜻한다. 김용준ㆍ박민하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