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물류 허브' 구호는 요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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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다국적 물류회사인 CSX가 당초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던 9천억원 규모의 부산항 1~2단계 건설을 늦추기로 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물류허브 건설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장 이번 CSX가 주축이 된 신항만주식회사의 1―2단계 건설연기로 30개 선석 규모로 계획된 부산신항 건설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CSX 측에서는 장밋빛 일색인 주먹구구식 물동량 예측을 표면적 투자연기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우리나라 대표항만인 부산항의 장래를 낙관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상하이 등 경쟁항만의 부상과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태풍 매미로 크레인이 붕괴되는 등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면서 물동량 증가세가 꺾이자 부산항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광양항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당초 2002년 물동량이 2백16만TEU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1백3만TEU 처리에 그쳤고,2011년 9백31만TEU 유치목표는 이미 달성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따라 33개 선석규모로 건설하려던 광양항 개발계획은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같은 물동량 증가세 둔화에 따른 부산 광양항 건설 차질과 함께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물류회사들의 아시아 지역본부나 물류기지로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도약하는데 큰 걸림돌이다.
무역협회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물류업체 31개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한국에 아시아 지역본부나 물류기지를 건설하는데 부정적으로 나타났고,대부분 홍콩과 싱가포르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한국을 기피하고 있는 이유로는 행정규제 및 복잡한 제도,불리한 기업환경,높은 물류비용 등을 들고 있다.
때문에 항만 경쟁력 제고를 통한 물동량 확보와 물류기지로서 매력을 끌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동북아 물류중심 건설은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부는 보다 현실적인 수요추정을 바탕으로 부산 광양 신항만 건설계획을 전면 조정해 투자재원의 낭비를 막고 이들 항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세계적인 물류기업들의 아시아 지역본부나 물류기지 유치를 위해 부지제공 세제혜택 등 획기적인 지원과 함께 이들이 한국을 기피하고 있는 장애요인 해소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동북아 물류중심은 구호만으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