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를 끌어 온 현투증권 매각이 25일 정부와 푸르덴셜간의 본계약 체결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부는 지난 3월 푸르덴셜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SK글로벌 사태 등 악재가 많아 협상이 어려웠지만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협상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MOU 체결당시와 비교해 보면 초기 80%지분 매각가격은 낮아졌지만 3년뒤 나머지20%를 파는 가격은 높아져 전체적으로 다소 올라갔으며 제일은행 매각조건과 비교해도 사후손실보전 규모를 크게 줄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조5천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공적자금 손실을 이유로 제값을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또 소액 주주 보상문제, 현대증권 매각 등 정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만만치 않다. ◆ 제값 받았나. .순손실 1조5천억원 이를 듯 정부가 현투증권을 매각하면서 받는 돈은 적게는 9천억원, 많게는 1조2천5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내년 1월께로 예상되는 본계약 종료 시점에 80%의 지분을 넘기면서 3천억∼4천억원을 받고 3년 뒤 나머지 20%의 지분에 대해 2천억∼3천억원을 받게된다. 80% 매각 대금은 5천억원을 받기로 했던 MOU체결때보다 1천억원이 적은 액수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SK글로벌사태 등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초기 80% 지분에 대해서는 MOU 체결때보다 적게 받도록 계약됐지만 나머지 20%에 대해서는 더많이 받게 돼 전체적으로는 조금 올라 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대증권을 매각해 2천억원∼3천억원을, 현투증권 보유 주식 등 자산 매각으로 2천억원∼2천500억원을 각각 보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투증권의 부실분을 메우고 재무 건전성을 충족하기 위해 투입돼야 할공적 자금은 2조4천억원∼2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손실은 계산상 적게는 1조1천500억원, 많게는 1조6천억원에이르게 되는 데 업계에서는 1조5천억원의 손실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후손실보전(인뎀니피케이션)은 국제 관례에 따라 통상적인 진술, 보증 및 확약 위반, 진행 중인 소송 등으로 인한 손실을 제한적으로만 보전해 주기로 했다. 즉 건당 3천만원, 전체적으로 90억원 이상의 손실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제일은행 매각 당시 향후 3년간의 손실을 전액 보전해 주는 풋백옵션과 비교하면 사후손실 규모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 소액 주주 `부분 보상'에 반발 거셀 듯 정부는 현투증권을 완전 감자하되 전체 주식의 25.3%를 보유하고 있는 2만3천여명에 이르는 소액 주주에 대해서는 부분 보상을 실시할 계획이며 현금 혹은 주식연계증권(ELN) 중에서 소액 주주가 선택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금 보상을 원할 경우에는 즉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으나 ELN을 신청하면 3년후 푸르덴셜측에 나머지 20% 지분을 넘길 때 원금에 일정 이자를 합쳐 돌려 받게 된다. 정부는 소액 주주에 대한 보상 수준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소액 주주들이 주식매입가격의 20% 이상을 받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소액 주주들은 그러나 이 같은 보상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 진통이예상된다. 조규태 현투증권 소액주주협의회 대표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점 점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소액 주주 부산 지역 대표와 전북 지역 대표는 이날 금감위를 방문,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 현대증권 처리 놓고 갈등 예상 정부는 현투증권의 대주주에게 부실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현대증권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이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 신주를 외국인만 인수하도록 해놓은 정관을 고친 뒤 예금보험공사가 신주를 인수하고 다시 이를 재매각해 공적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현대증권 매각은 고(故) 정몽헌 회장의 약속이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일체의 신규 사업이 사실상 봉쇄돼 증권사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매각 약속이 이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측의 입장은 다르다. 법규에 따라 부실 부분 절반의 33%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용의가 있으며 현금이나 채권 매입 등의 형태는 가능하지만 정부가 현대증권 매각을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또 정 회장의 약속도 공식 문서로 남아 있는 게 아닌 데다 정 회장 사망 이후 모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권을 놓고 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이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약속을 지킬 주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정부가 강제력을 동원해 현대증권 이사회를 통해 매각을 결의할 경우 현대측은 이사회를 배임 혐의로 검찰고발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대증권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