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친중국계 좌파 정당인 민건련(民建聯)이 7.1 민주화 시위 이후 처음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민주파에 참패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홍콩 정부는 7.1 민주화 시위에서 표출된 홍콩 시민들의 민의를 수렴해 민주화 조치를 구체화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홍콩 유권자들은 23일 모두 400명의 구의회 의원들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에서 '홍콩 기본법 23조(국가안전법)' 입법을 지지하는 민건련에 등을 돌렸다. 가장 많은 206명의 후보를 낸 친정부 정당 민건련은 7.1 민주화 시위의 여파로겨우 64개 의석을 확보해 기존 의석 수에 비해 20개 의석이나 잃었다. 이에 앞서 민건련은 지난 1999년 구의회 선거에서 2배 이상 늘어난 83명의 당선자를 배출해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이번 구의회 선거에 출마한 민건련 소속 입법회(국회) 의원 3명도 탈락하는 이변을 연출해 조직망이 가장 뛰어나다는 민건련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이에 반해 120명의 후보를 낸 야당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모두 93개의 의석을차지해 1999년 구의회 선거 당시 의석 수 86석에 비해 의석이 7석이나 늘어났다. 홍콩 정치전문가들은 7.1 민주화 시위 이후 처음 실시되는 이번 구의회 선거를홍콩의 정치적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를 측정하는 잣대로 규정했었다. 민주당을 비롯해 전선 등 10개 민주파 정당들은 행정장관 및 입법회 위원직선제실시를 요구하는 공동 공약을 내걸며 250명의 후보를 내놓았었다. 영섬(楊森) 민주당 주석은 "정부는 이번 선거를 통해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말하고 "이번 선거를 통해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이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구의회는 위생이나 환경, 공공시설 문제 등을 둘러싸고 정부에 권고를 하는 지방의회에 불과하지만 이번 선거는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우콕힝(胡國興) 선거관리위원회 주석은 이번 선거 투표율이 44%로 역대 최고를기록했다면서 이는 1999년의 35.8%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