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시위대 요구에 밀려 전격 퇴진한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75) 그루지야 대통령의 망명설이 나도는 가운데 23일 독일 정부가 "세바르드나제 대통령이 독일에 오면 환영하겠다"는 성명을 즉각 발표했다. 벨라 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이 독일로 오기로 결심할 경우 환영을 받을 것"이라면서 "이는 그가 독일 통일에 기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고 밝혔다.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을 당시 소련의 외무장관으로서 이듬해에 독일 통일이 이뤄지기까지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한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안다 대변인의 성명은,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향후 거취에 관한 보도가 엇갈리고 있는데다 최근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친지들이 독일 서남부 온천 휴양도시 바덴바덴에 그가 거처할 빌라를 매입했으며 독일 망명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독일 공영 ARD 방송 등에 따르면 그루지야 현지 언론은 23일 트빌리시 공항에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이 해외로 타고 나갈 비행기가 대기중이라고 보도했으며, 그루지야 관리들은 이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반면 야당인 국민행동당의 미하일 사카쉬빌리 당수는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에게면책특권이 주어졌으며 그루지야 내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편의가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국내에 계속 머물게 될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독일의 바덴바덴 지역 신문인 `바디셰 타크블라트'는 지난 21일 익명의 소식통들 말을 인용한 기사에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친지들이 그를 위해 바덴바덴에 있는 빌라를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빌라는 파산한 독일 전자업체 그룬디히 일가의 소유이며 시가 1천100만유로 상당의 호화 저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사교계소식 등 화제성 기사를 주로 다루는 베를린의 일간 B.Z.는 23일자 호에서 "독일 통일에 기여한 공로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에게 망명처를 제공하는 일은 정상적이다"는 위르겐 코펠린 자유민주당 하원의원의 말을 전했다. 한편 소수 정당인 자민당 소속으로 서방세계 최장수 외무장관 기록을 보유한 한스 디트리히-겐셔 전 독일 외무장관은 셰바르드나제 당시 소련 외무장관과 독일 통일을 긴밀히 협상한 바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