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산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가 20일 전세계 동시 판매에 들어가면서 국내 주류업계에서는 해묵은 `가격 시비'가 재연되고 있다. 보졸레 누보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프랑스 현지에서 병당 4유로(한화 5천600원) 전후인 보졸레 누보 가격이 한국에서는 3만-4만원대까지 치솟는 이유를 먼저따진다. 그같은 비판의 이면에는 보졸레 누보 수입.판매상들을 겨냥한 `폭리 의혹'이 두텁게 깔려 있다. 그럼 보졸레 누보는 바다를 건너오는 동안 얼마나 비싸질까? 보졸레 누보도 외국 술이 분명한 만큼 수입관세(현지 원가+운송비의 15%), 주세(현지 원가+운송비의 30%), 교육세(주세의 10%), 부가세(전체 금액의 10%) 등이 붙어서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 D사가 수입하는 보졸레 빌라쥬 누보의 경우 프랑스 현지 소매가는 병당 5천원이지만 운송비 7천500원, 관세 1천875원, 주세 3천750원, 교육세 375원, 부가세 1천850원이 부과돼 병당 2만350원이 되고, 여기에 수입사와 판매상 마진이 다시 붙어 시중 백화점에서는 병당 4만원에 팔린다. 이 회사가 들여오는 보졸레 누보도 현지에서 4천원짜리가 국내 백화점에서는 3만원선에 판매된다. 프랑스 현지와 비교하면 대략 7-8배로 가격이 뛰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판매 장소에 따라 보졸레 누보 가격은상당한 편차를 보인다. 똑같은 보졸레 누보라도 백화점 가격이 할인점이나 인터넷쇼핑몰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아울러 프랑스 현지에서 생산되는 100여 종의 보졸레 누보 가운데 올해 국내에수입된 것은 17종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팔리는 보졸레 누보 가격이 프랑스 현지보다 얼마나 비싼지를 무 자르듯이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와인 수입회사들은 보졸레 누보 가격이 비싸지는 이유로 현지 가격의 1.5배에달하는 운송비를 먼저 꼽는다. 전세계 동시 판매 개시일(매년 11월 셋째 목요일)에 맞춰 보졸레 누보를 수입하려면 항공기로 공수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불가피하게 가격이 뛴다는 것이다. 와인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숙성되지도 않은 보졸레 누보를 항공기로 실어 날라 비싼 가격에 마셔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그것은 일종의 가치관 문제"라면서"외국의 유명 오페라 공연을 보면서 가격을 따지지 않듯이 보졸레 누보도 하나의 문화적 체험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수많은 와인 가운데 수입 마진이 가장 작은 것이 보졸레 누보"라면서 "하지만 국내 시장에 들어온 다음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불합리하게올라가는 경우는 일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