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가 일반 공모를 통해 1천만주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의함에 따라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청약이 어느 정도만 이뤄져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정은 회장도 금강산관광 5주년인 18일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고 정몽헌 회장 묘소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무더기 실권이 발생해도 복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실권주 일부를 자금력이 있는 제3의 세력에 넘길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4만원 내외에서 결정될 공모가와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하락세를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당장 투자메리트가 크지 않다. 일반 공모나 제3자 배정으로 경영권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청약률은 현대그룹측은 우리사주에 배정된 20%만 모두 청약이 이뤄져도 그룹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천만주 중 우리사주에 배정된 2백만주가 청약되면 엘리베이터의 자본금은 현재 2백81억원에서 3백81억원으로 1백억원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KCC그룹의 지분율은 현재 44.4%에서 32.7%로 떨어진다. 현 회장측 지분도 26.0%에서 19.5%로 낮아진다. 하지만 현 회장은 우호주주 역할을 할 수 있는 우리사주 지분 26.2%까지 포함하면 무난히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우리사주가 10%만 청약하면 양측은 박빙의 차이로 지분 다툼을 벌이게 된다. 이 경우 KCC측의 지분은 37.7%로,현정은씨측 우호지분은 37.1%로 각각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사주가 어느 정도 주식을 살 지는 미지수다. 등기임원을 제외한 엘리베이터 임직원 1천2백여명은 1천6백60주씩의 주식을 살 수 있다. 줄잡아 6천6백만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높은 공모가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사주 조합원이 적극적으로 청약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리사주조합측은 이날 "공모가 등 공모 조건이 매력적이지 않다"며 "청약 여부는 조합원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사주 조합의 참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현 회장측은 실권주 일부를 인수할 제3의 세력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현 회장측은 우리사주를 포함해 적어도 15% 이상의 우호주주를 끌어들이는데 사력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자금규모는 현 회장측은 전날 국민기업화를 선언하면서 일반 공모계획을 밝혔지만 대규모 실권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 현대가 계열사들이 모두 등을 돌리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 백기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현 회장측 어머니인 김문희 여사(용문학원 이사장)쪽에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증자에 참여할 수 있지만,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는지는 의문이다. 공모가격은 공모일 기준으로 5거래일전인 오는 24일 장이 끝나야 최종 결정된다.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엘리베이터 주가에 비춰 기산일(24일)로부터 1개월동안의 가중평균 주가로 공모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는 공모가가 4만원을 약간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모가격이 4만원이면 20%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총 8백억원의 돈이 필요하다. 자금력이 달려 10%만 산다고 해도 4백억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 회장의 경영권 방어 성공 여부는 공모가 실패했을 때 주식을 사줄 수 있는 제3의 세력을 찾을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현 회장은 19일 서울 적선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모 배경과 실권에 따른 대비책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또 다른 변수들 KCC측의 대응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KCC측은 일반 공모 결의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다. 엘리베이터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익원·이심기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