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서도 가입회사를 변경할 수 있는 번호이동성제도를 도입한 당초 취지는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현 번호체계론 부족한 전화번호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SK텔레콤에 이 제도를 가장 먼저 적용하고 KTF LG텔레콤 등에 순차적으로 실시토록 함에 따라 시장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이 제도를 먼저 실시하는 쪽에서 가입자를 내줘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최근 휴대전화 포털사이트 세티즌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6천4백94명 중 34.5%인 2천2백38명이 요금이 싼 사업자로 변경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2백40만여명의 가입자가 이동하는 대규모 지각변동이 이뤄지게 된다. 반면 SK텔레콤은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 분석을 실시한 결과 자사 고객 2∼3%가 탈퇴할 것으로 분석했다. ◆단말기 변경비용 부담이 변수=SK텔레콤은 번호이동성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이탈하는 고객 수가 36만∼54만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에 동의하고 있다. 삼성증권 최영석 수석연구원은 "이통3사간 경쟁은 치열해지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통화품질 및 서비스가 우위에 놓였다는 이미지가 있는데다 요금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SK텔레콤 가입자가 가입회사를 바꾸려면 단말기구입비 가입비 전환수수료 등 30만∼40만원의 비용을 물어야 하는 것도 이동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이를 상쇄시켜줄 만한 메리트를 다른 통신사들이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숙제다. ◆보조금 허용 땐 영향줄 듯=KTF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은 고객이동을 촉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단말기 보조금 허용을 꼽고 있다. 후발사업자에게 차별적으로 보조금을 허용할 경우 고객의 이동장벽은 사실상 허물어져 적어도 3백만명의 가입자를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KTF와 LG텔레콤은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에 보상판매와 단말기할부제도,요금프로모션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단말기만 값싸게 공급할 수 있으면 통화량이 많은 고객들을 상당수 유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SK텔레콤이 후발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통부로선 단말기 보조금 허용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후발사의 건의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처지인 듯하다.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지난 10월 말까지 10개월동안 늘어난 가입자 94만명 중 SK텔레콤 가입자 수는 무려 86만8백여명. 전체 순증가입자의 91.6%가 SK텔레콤 고객에 집중됐다. 이로 인해 지난 10월 말 현재 휴대폰 가입자수 3천3백28만명 가운데 SK텔레콤 가입자는 전체의 절반을 넘는 54.3%(1천8백8만여명)에 이른다. 반면 KTF는 31.4%(1천45만여명),LG텔레콤은 14.3%(4백74만9천3백여명)에 그쳤다. 김치동 정보통신부 이용제도과장은 "사업자들이 고심해 건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며 "내주 초까지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