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생진씨,당신은 꿈이 뭡니까?" "네! 제 꿈은 여기서 부장이 되는 겁니다." 폭소가 쏟아졌다. 고졸 기능직으로 입사한 신입사원이 반장도 아닌 부장이 되겠다니 웃음이 나올 법도 했다. 그러나 윤생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부장은 그가 입사하면서 가슴에 품었던 포부였기 때문이다. 생산직 말단 사원에서 상무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남자.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의 윤생진 상무가 자신의 성공기를 책으로 펴냈다. '미치게 살아라'(연합뉴스,1만5백원)라는 제목의 이 책은 25년 전 금호 타이어에 생산직으로 입사한 윤 상무가 최연소,최단기에 반장이 되고 다시 대리에서 상무까지 일곱 번의 특진을 거쳤던 생생한 경험담이다. 주위의 비웃음을 사던 윤 상무가 입사 후 처음 했던 건 제안서를 작성하는 일. 아이디어도 없고 제안서 쓰는 법도 몰랐던 그는 3개월의 노력 끝에 '사무실 안내판 개선'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했고 석유 난로 한 대를 상품으로 받았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연구를 거듭하자 채택되는 제안이 하나 둘 씩 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상을 받는 데 더 눈독을 들였던 그였지만 어느새 성취감과 자신감을 배우고 있었다. 윤 상무는 자신의 인생을 '깡'의 인생이라고 회고한다. 제안왕이 되기 위해 휴일에도 출근해 일하는 모습을 비웃던 동료들,품질관리 전국대회를 위해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일하다 피부병에 걸린 모습을 보고 "뭣이 된다고 이 난리냐"며 타박하던 사람들,대통령상 도전을 눈앞에 두고 새벽 4시까지 목이 쉰 채로 연습하는 것을 보고 "미친놈들 웃기고 있네"라며 야단치던 회사 중역. 그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지만 깡의 정신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 같은 깡의 정신,폭발적인 열정,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그리고 무엇보다 목표한 만큼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가 고졸 생산직 말단사원을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로 만든 밑걸음이었다. 윤 상무는 현재 조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그 동안 피땀으로 일궈낸 품질경영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우뚝 서겠다는 꿈을 퇴직을 앞둔 지금까지도 키워가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