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욕 증시는 경제동향이 주식시장에 미리 반영되고 투자자들은 앞을 본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증시는 3·4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7.2%로 발표되자 들뜨기 시작했다. 주중으로 들어가면서 세계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스의 수익이 급증,주가는 한 단계 더 뛰었다. 뉴스에 팔라고 했던가. 주말엔 그렇게도 기다렸던 고용증가 뉴스가 날아들었지만 정작 주가는 고개를 숙였다. 9월 비농업부문의 고용증가는 예상치의 두 배 이상인 12만6천명이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주식부터 팔고 나섰다. 지난 7일 다우지수는 0.5% 떨어진 9,809.79,나스닥은 0.3% 하락한 1,970.74로 각각 밀렸다. 주초의 상승세가 워낙 컸기 때문에 상승분을 다 갉아먹진 못했다. 한 주 전체론 나스닥이 1.99%,다우는 0.09% 상승했다. 뉴스에 민첩하게 움직인 투자자들은 이제 또 다른 뉴스를 쫓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 시점이다. 경기회복세를 확인한 FRB가 돈 줄을 언제 다시 조일지 나름대로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지난주 영국과 호주의 중앙은행은 오랜 저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기라도 하듯 정책금리를 올렸다. 투자자들은 FRB도 이들처럼 연 1%인 단기금리를 손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연설만으론 투자자들의 걱정이 조금은 성급해 보인다. 그린스펀 의장은 "고용시장이 안정되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에 비하면 여전히 약하다"고 말했다.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뛰어난 경제예측으로 월가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손성원 웰스파고 수석 부행장도 "4·4분기에도 5% 가까운 높은 성장이 예상되지만 금리 인상은 내년 중반께나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릴린치의 북미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도 "10년 전 FRB가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틀 때처럼 고용증가가 25만명 정도로 늘어나려면 2년 정도가 더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FRB가 현 수준에서 마냥 인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트라자임 자문사의 도널드 스타라자임 사장은 "단기금리 연 1%는 균형점이 아니다"며 "최근 고용증가세가 강해지고 다른 경제지표들도 호전되고 있어 금리 인상시기가 빨라질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FRB의 초저금리가 언제 마감될 것인지를 조금이라도 먼저 냄새 맡기 위해 전문가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주에는 인플레지표인 10월 도매물가가 발표된다. 전월의 0.3%보다 낮은 0.1%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4일 발표되는 10월 산업생산,소매판매 등 경기지표는 전월보다 같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