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연중최고치를 경신했다. 4일 장중 한때 800선도 넘어섰다. 주가지수가 800선을 돌파하기는 지난 2002년 7월9일(801.99) 이후 1년4개월만이다. 이날 상승랠리도 외국인이 이끌었다. 이들은 3천4백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다. 이에 힘입어 지수는 오전장 800을 웃돌았지만 대규모 프로그램매도와 개인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외국인 매수 vs 국내투자자 매도' 패턴이 지속된 셈.전문가들은 미국 경기회복 등 펀더멘털 개선으로 투자심리가 달아오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관과 개인 등 국내 투자자들이 언제 입장을 바꿀지도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 ◆개인 "우리와는 관계없는 그들만의 리그." 개인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요즘 증시를 표현하는 말이다. 지수는 장중 800을 넘었지만 증권사 객장 분위기는 지수 600때와 달라진 게 없다. 특별히 북적거리지도 않고,그렇다고 전화문의가 쇄도하는 것도 아니라고 일선 지점장들은 전한다. 연초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관적이라는 말이다. 대우증권 평촌지점 박용식 지점장은 4일 "외국인이 주도한 장에서 처음부터 소외된 개인들은 여전히 시장참여를 꺼리고 있다"며 "시장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개인투자자의 돈이 들어올 조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사는 한정된 종목만이 시장을 이끌고 있어 주식을 갖고 있던 개인도 실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개인의 시장 참여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증권 서울대지점 장인규 지점장도 "기존에 주식거래를 하던 고객의 문의는 늘고 있지만 신규계좌 개설은 많지 않다"며 "지수가 800을 확실히 뚫고 기관들이 주식을 사는 등 시장이 어느정도 달아오르기 전까지는 개인이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장 지점장은 "지수가 800을 넘나들지만 개인 중에는 여전히 매수보다는 매도 타이밍을 찾는 이가 더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동원증권 삼성동지점 강상욱 지점장은 "문의가 조금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봐서 개인들이 관심은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조정다운 조정이 없어 저가매수를 노리는 개인들이 매수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 주가와 시중금리가 나란히 오르자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주식·채권 양쪽에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비중을 줄여놓은 터라 주가상승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데다 금리상승으로 채권에서도 평가손실을 입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에 대해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사장은 4일 "국내 기관들이 주가에 속고 금리에 울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이달 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11조6천억원을 순매수한데 반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7조7천억원,개인은 5조4천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갖고 있던 주식이 그만큼 외국인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물론 주가상승의 과실도 외국인이 고스란히 챙기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이 포만감을 느끼고 있는 것과 달리 은행 보험 연기금 투신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상대적 빈곤에 빠져 있다. 특히 최근들어 금리와 주가가 동반 상승하자 기관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시장금리 기준이 되는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지난 10월초 연3.98%에서 최근 연4.63%로 급등했다. 채권가격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김찬주 세이에셋자산운용 이사는 "금리상승 여파로 채권비중이 높은 기관들은 평가손실 또는 매매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피데스투자자문 송 사장은 "금리상승에 대한 헤지전략으로 기관들은 통상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수가 800선에 안착하면 국내 기관들의 자금도 채권에서 주식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금이동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조주현.장진모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