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들에게 일하기 가장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 주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입니다." 아시아 비즈니스 점검을 위해 방한한 에드워드 반홀트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회장은 4일 "첨단기술기업에는 역량있는 직원 보유가 가장 큰 경쟁력이며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CEO의 몫"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애질런트는 세계 최대의 통신계측장비 전문회사로 지난 99년 휴렛팩커드로부터 분사됐다. 설립 이래 줄곧 포천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백대 기업'에 포함되는 등 세계적으로 훌륭한 일터 가꾸기의 모범기업으로 꼽힌다. '종업원 제일주의'를 지향하는 기업의 CEO답게 반홀트 회장은 이틀간의 빠듯한 일정을 고객사와의 미팅 대신 직원들과의 대화에 대부분 할애했다. 이날 아침에는 한국지사 직원 1백여명과 함께 격의없이 모닝 커피를 마시며 본사의 내년도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커피 토크'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일일이 사원들과 악수하며 지난 3년간의 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준 직원들에게 격려 인사를 했고 우수 사원과 근속 사원에게 시상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회사지만 불황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반홀트 회장은 "지난 3년간 유례없는 경기침체 때문에 회사를 다운사이징하는 데만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감원을 단행해야만 했다"며 "그러나 사람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애질런트의 가치는 한번도 흔들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2000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을 때가 37년동안 비즈니스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는 그는 "해고 대상인 직원들에게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함께 토의한 뒤 신중하게 해고를 결정했다"며 "당시에는 마음이 아팠지만 한 기업의 운명을 책임져야 하는 당사자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미국 IT경기의 찬바람을 몸소 체험했던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 미국의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며 IT 경기에 대해 낙관론을 내비쳤다. 반홀트 회장은 "그동안 R&D 예산을 20% 줄이는 등 신규 투자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지만 경기가 회복세를 보여 투자를 조금씩 늘릴 계획"이라며 "기술과 전문인력,시장상황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신규 투자처를 결정할 것이며 한국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