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1일 제주를 방문, 제주 4.3 사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사과를 표명하고, 이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공(功)'으로 돌렸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4.3 유족회 등 제주도민 400여명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혀 참석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노 대통령은 "사실 4.3특별법은 국민의 정부 시절 김 전 대통령이 마음먹고 만든 법"이라며 "제가 오늘 받은 박수가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받는 박수로 생각한다. 마음에 미안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타작도 일이다. 감귤이 잘 익어도 따야 감귤이다"고 자신의 '공'도 평가해줄 것을 `당부'한 뒤 "제가 박수를 받았지만 제가 부탁도 하기전에 4.3 특별법을 심고 가신 김 전 대통령에게 마음으로 박수를 보낸 것으로 이해한다"며 거듭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제주여성인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이 많은 활동을 하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 참석자가 언급하자, 최근의 대선자금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의식하듯 "당차게 잘한다. 너무 잘해서 대통령도 요새 골치가 아프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세상이 바로 가는 것으로, 저도 어렵고 다른 정치하는 사람도 어렵다. 습관을 바꾸고, 흉을 드러내는 게 어렵다"며 "그러나 흉을 드러내고 벌받을 건 받고 사죄하고, 습관을 바꿔야 나라와 정치가 바로 간다"고 전제한 뒤 "저도 부끄럽고 아프다"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다시 강 장관에 대한 화제로 돌아가 "당찬 장관, 소신있는 검찰이 제대로 하는 모양"이라고 평가한 뒤 "똘똘한 장관을 배출한 제주도민께 감사드린다. 제주여성의 좋은 모범과 자질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제주여성이면 묻지 않고 쓰겠다. 제주남성도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주 방문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조건 완화 건의에 대해 "밀입국과 불법취업이 처음부터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어장치로, 제한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또한 감귤원 폐원사업 등 지원 건의에 대해선 "내년에 해보고 다시 도지사와 의논해 보겠다"고 말하면서도 "적자가 나도 계속 밀어줄 수는 없다. 결국 국가가 부도나게 돼있다"며 농민 스스로 자조노력을 함께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