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손길승 회장의 중도 사퇴로 자칫 표류의 위기에 놓였다. 전경련 회장단은 30일 일단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77)을 새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강 회장의 수락여부가 관건이다. 재계는 새 회장이 빨리 선임돼 대선자금 수사확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사 후폭풍을 막아내고 재계의 불협화음을 진정시켜주길 기대하고 있다. 재계가 우여곡절 끝에 이날 전경련 회장단 중 최연장자인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을 추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스로 나서 전경련 회장을 맡겠다는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재계원로로 신망을 받는 강 회장이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강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할 경우 2005년 2월까지 손길승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까지 맡게 된다. 재계는 당초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전경련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건희 삼성,구본무 LG,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빅3' 중 한명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었다. 그러나 이들 회장은 '본업 주력'을 이유로 회장직 맡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손길승 회장은 중도하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주요 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빅3 외의 다른 오너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대안론이 나왔지만 적임자를 찾기가 여의치 않았다. 새 회장이 풀어야 할 '발등의 불'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확대 파장이다. 손길승 전임 회장이 분식회계와 정치자금의 회오리에 휘말려 사퇴한데다 5대 그룹 확대수사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때문에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정치자금에 기업들이 연루된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수사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전경련은 성명서에서 "일부 기업에 대한 정치자금 논란이 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기업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하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회장단은 특히 일부 기업의 정치자금에 대한 논란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치자금 논란이 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정치적인 사유에 의해 기업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게 됨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의 새 회장은 최근 하나로통신 등 외자유치 문제 등으로 불거진 재계의 불협화음을 조정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재계는 무엇보다 새 회장이 전경련의 위상을 높여 전경련을 재계의 명실상부한 주축 단체로 거듭나도록 만들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조일훈·장경영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