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30일 SK비자금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위해 10개월여만에 당사를 찾았지만,시종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9시40분 당사에 도착,"오랜만에 왔다.감개무량하다"고 소회를 밝힌 후 7층 대표실에서 최병렬 대표를 비롯한 주요당직자들과 10여분간 간담회를 가졌다. 이 전 총재는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해 당에 누를 끼쳤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이어 15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비통''참담' 등 표현을 써가며 네차례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측근들의 도움을 받아 회견문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당초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입장을 밝히려고 했으나 실무자까지 수사받는 것을 보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회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재가 회견장으로 당사를 택한데 대해 한 측근은 "옥인동 자택은 비좁아 회견장소로 마땅찮아서 그랬다"며,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이 측근은 또 "이 전 총재가 '책임은 나에게 있다.검찰소환에 응하겠다'라고 못박음에 따라 당초 내달초로 예정했던 미국으로의 출국은 연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후 최 대표는 "정치인 중 도덕적인 면에서 그만한 분이 안계신데,사과까지 하는 것을 보니 참담하다"며 "이를 계기로 정치개혁을 위해 한번 뒤집어 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