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뿌리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다. 우리 국민처럼 이 말을 철석같이 믿는 국민은 찾기 힘들다. 유난한 교육열 때문에 교육은 항상 말이 많고 탈도 많아 왔다. 최근에는 강남 집값과 교육문제를 둘러 싸고 말이 더욱 많다. 판교 신도시 학원단지 조성,지방도시 교육특구와 서울 강북지역 특목고 설치,교육제도 개선안 등을 둘러 싸고 재경부와 교육부는 사사건건 대립해 오고 있다. 근래에 교육문제가 경제문제와 연관지어 논의되는 것을 교육계는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규범적 교육 이념으로만 접근해 온 교육문제를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양양한 미래를 위해 긴요하다.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우리 교육에서 무시되고 부정되어 온 경제원리를 복원하는 것이 교육개혁의 요체라고 믿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총재와 서울대 총장,원로 경제학자들이 교육에 관해 '월권' 발언을 한 것은 이런 소신과 충정 때문이다. 차제에 중등교육과 관련한 몇 가지 경제원리를 반추해 본다. 첫째,중등교육정책은 이제 소비자의 선호와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하는 경제원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소비자의 주축인 학부모들은 초·중등학생 자녀가 전인교육도 받고 좋은 대학에도 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둘 모두가 힘들다면 대다수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우선한다. 평준화정책은 좋은 교육환경에서 억척스럽게 노력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선호를 무시하고 있다. 입시과열을 막고 교육의 공공성 원칙을 지킨다는 평준화정책의 대의는 좋다. 이런 효과도 어느 정도 있다. 그러나 수월성 교육이나 특성화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아예 없이 획일화된 제도는 잘못된 제도이다. 유학이민,조기유학,강남 위장전입,사교육의 번창 등은 잘못된 제도의 부산물이다. 둘째,경쟁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는 경제원리를 교육분야에서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교육부라는 독점기업 하나 밖에 없는 셈이다. 독점을 허물고 경쟁이 있게 하는 것이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적어도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답게 학생선발,교과목 운영,등록금 등을 자유롭게 결정해 공립학교와 경쟁을 하게 해야 중등교육 발전이 일어난다. 셋째,주어진 제약하에 실현가능한 목표를 최선을 다해 추구하는 경제원리를 따라야 한다. 한정된 교육재정으로 모든 학교를 지원하면서 평등교육과 전인교육을 표방하는 것은 '제약하의 최적화'와 거리가 너무 멀다. 평등교육 전인교육의 목표가 갈수록 공염불이 되는 이유이다. 평등교육과 전인교육은 초등교육의 목표로 국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자율권을 주는 대신 사립 중·고등학교에 지원하는 재원을 모조리 공립학교에 돌려 공립학교 교육을 격상시켜야 한다. 넷째,서울 강남의 터무니없이 높은 집값은 교육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장관은 "강남에 중산층이 많이 사니까 좋은 학원이 많은 것이지,학원이 있다고 중산층이 강남으로 이사한 것은 아니다"면서 교육과 강남 집값의 인과관계를 부인했다. 애초에 강남에 중산층이 많이 사니까 좋은 학원이 많이 들어서게 됐다는 교육부장관의 말은 맞다. 그러나 일단 왕년의 명문고와 좋은 학원이 많게 되니까 중산층이 강남으로 이사하려는 욕구가 커졌고 이왕에 강남에 살던 사람들은 서민층까지도 강남을 떠나는 것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강남의 좋은 교육여건이 순유입수요를 높여 집값을 앙등시킨 것이다. 신도시의 교육평준화 조치가 이런 흐름을 가속시킨 것은 물론이다. 뻔한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다. 다섯째,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과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창의력을 키울 수 없는 평준화정책으로는 선진국에 올라설 수 없다. 중등교육에 쓴 경쟁과 고된 자율의 경제원리를 도입하지 않는 한 교육부가 표방하는 공교육의 활성화라는 단 열매는 백년하청이다. ksahn@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