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SK비자금 100억원이 한나라당으로 유입됐다고 최돈웅 의원이 시인함에 따라 이번 사건이 97년 대선당시 '세풍'을 닮게 될지 주목된다. 일단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관계에 비춰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청탁 등 대가로 돈을 받거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다면 알선수뢰 또는 정치자금법위반 죄가 적용될 수 있다. 형법 132조의 알선수뢰죄는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적용해 3년 이하 징역또는 7년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뇌물 액수가 1천만~5천만원일 경우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 5년 이상유기징역에, 5천만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어 형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대법원 판례 역시 정치자금.선거자금 등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도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 실체를 가지는 한' 뇌물로 인정했다. 법원에 넘겨지더라도 형사 단독 재판부가 아닌, 합의부에 배당되는 중한 범죄인데다 뇌물로 인정될 경우 형법 134조에 따라 수뢰액을 몰수 또는 추징하도록 돼있기때문에 최의원과 한나라당으로서는 '정치자금'이라는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는 정치자금법 위반죄가적용될 경우 이 사건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국세청을 동원해 23개 기업으로부터 166억3천만원의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세풍' 사건을 닮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세풍'사건에서 모금을 주도한 서상목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죄와 국가공무원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사건 재판부는 "자금수급이 특히 어려운 외환위기 직후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지운 중대성에 비춰 설령 정치적 고려가 있다 해도 책임을 묻는 것이 형평과 정의에 맞다"며 단호한 단죄의지를 밝힌 바 있어, 분식회계와 비자금 등으로 기업경영이 위태로운 SK에게서 받은 돈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모른다는 점을 감안하면법원은 또다시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취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최 의원이 받은 돈을 모두 당에 줬고 모금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단순 전달자로서 형사 면책과 함께 추징도 면할 수 있다. '세풍'사건 재판부는 "자금이 대부분 한나라당으로 들어가 본인에게 추징할 수없으므로 개인용도 사용 자금만 추징한다"며 이회성씨에게서 5천만원, 주정중 전 국세청 조사국장에게서 2천500만원만 추징했다. 따라서 문제는 SK비자금 수수과정에서 공모한 피의자가 추가로 드러나느냐와 개인용도로 사용한 자금이 있느냐는 부분이다. 최 의원이 100억원 용처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검 안대희 중수부장이 "일부 정치인은 정치자금을 빙자해 부정축재하고 있다"고 발언이 새삼 주목을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