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계원로인 나카소네 야스히로(85)와 미야자와 기이치(84) 전 총리가 집권 자민당의 정계은퇴 요구에 정반대 결정을 내려 화제다. 자민당 총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3일 두 원로를 잇따라 찾아가 당 비례대표후보의 연령 제한인 73세 기준을 적용하겠다며,사실상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와의 담판 후 기자회견을 갖고 "정계 은퇴를 거론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일종의 정치 테러"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노인(정치인)이 필요없다고 한다면 전국 노인들이 반발한다"며 "선거라는 눈앞의 이해만으로 일을 하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했던 1982년부터 87년까지 총리를 지내 평소 자신의 역할에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반면 미야자와 전 총리는 "당의 이미지 쇄신을 추진하려는 고이즈미 총리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며 "세대 교체에 기여하고 싶다"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미야자와 전 총리는 '버블 경제'가 끝나고 불황기가 시작된 1991년 72세의 늦은 나이로 총리에 올랐으나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를 망쳤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두 정치 원로의 퇴진을 요구한 것은 내달 9일로 예정된 총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자민당의 개혁 이미지를 높이려는 선거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