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책 선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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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ㆍ1893∼1976)은 어려서 특별한 재능을 보이진 않았지만 독서엔 남달리 열심이었다고 한다.
후난성 농촌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살던 그가 공부를 다시 하기로 작정한 것도 사촌으로부터 '성세위언(盛世危言ㆍ풍요로운 시대에 대한 경고)'이라는 책을 선물받은 뒤였다는 것이다.
흑인여성으로 토크쇼의 여왕 자리에 오른 오프라 윈프리는 10대 때 성추행을 당해 임신하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은 건 오로지 책 덕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책을 통해 나는 인생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세상에 나처럼 사는 사람이 또 있다는 걸 알았다. 독서는 내게 희망을 줬다. 책은 내게 열려진 문과 같았다."
디지털 전도사로 불리는 빌 게이츠 역시 "어린 시절 동네 도서관이 날 만들었다"며 지금도 매일 한 시간,주말엔 두세 시간씩 책을 읽는다고 한다.
'모든 리더는 독서가(All Leaders are Readers)'라고 하는 서양격언이 괜히 생긴 게 아님을 입증하는 셈이다.
책은 모르는 것을 가르쳐준다.
책을 통해 벼는 대나무과,무궁화는 아욱과에 속하고,12세기 유럽에선 후추값이 은값과 같아 후추로 땅을 사고 부자를 '후추포대'라고 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배운다.
책은 모든 걸 눈 앞에 펼쳐 보여주는 영상과 달리 무한한 상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일상의 단조로움을 잊게 해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일에 부딪쳤던 사람들의 대응법을 알려준다.
독서가 어휘력 사고력 판단력 창의력은 물론 문제해결력을 높인다고 하는 건 이런 까닭이다.
교육의 기초는 셈이나 외국어이기보다 독서 훈련이고, '아이 때 책을 안 읽어주는 건 대뇌의 전두엽을 제거하는 것과 같다'는 말도 있다.
'자녀와 함께 30분 책읽기 운동 준비위원회'가 매월 25일을 '책 선물하는 날'로 선포했다는 소식이다.
독서가 습관이 될수 있도록 부모가 함께 책을 읽어 대화가 있는 가정을 만들고,이로써 갈수록 혼탁해지는 가치관과 정체성을 바로잡자는 취지라고 한다.
평소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도 선물받은 책은 읽는다고 한다.
깊어가는 가을,TV를 끄고 책장을 넘기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