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새벽 2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고급 룸살롱인 E업소에 강남 지역 대형 룸살롱 10개 업소의 사장들이 모임을 가졌다. 이들 룸살롱은 업소 내 방이 40개 이상이고 술시중을 드는 여종업원의 수가 1백50∼2백명에 이르는 강남의 대규모 업소다. 이 자리에 참가한 B룸살롱의 영업담당 사장은 "이렇게 어려운 적이 없었다"며 "경기침체로 대기업이 접대비를 대폭 줄이고 정부도 접대비에 대해 엄격한 정책을 펴고 있어 손님이 뚝 끊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룸살롱이 가장 붐빈다는 금요일 밤인 17일 자정께 서울 삼성동 고급 룸살롱 K업소의 풍경은 이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K룸살롱 부장은 "올초만해도 금요일 밤에는 예약 방과 여종업원을 확보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룸살롱은 일단 방이 차기만 하면 기본매상을 올릴 수 있는데 요즘은 빈 방이 속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들 룸살롱은 연말 대목을 겨냥해 이틀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술값의 10%를 깎아주는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 룸살롱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강북지역 포장마차는 북적거리고 있다. 17일 오후 11시30분께 종로 2가. 이 곳에는 주황색과 초록색의 포장을 친 포장마차 6∼7개가 불과 50여m의 거리에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취객에게는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4명이 앉을 수 있는 탁자 2∼4개와 3∼4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를 갖춘 포장마차들에는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부족한 자리 탓인지 추운 날씨에도 포장마차 앞 인도에 설치된 간이 테이블에도 손님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포장마차 주인 방모씨(51ㆍ여)는 "단체로 오는 직장인들이 예전보다 확실히 늘었다"며 "경제가 어렵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종로3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이 곳 포장마차촌은 이제 테이블 7∼8개를 갖춘 '기업형' 포장마차까지 등장하고 있다. 당분간 '포장마차 특수'가 이어질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