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음료로서 가장 가치가 있고 약으로서 가장 맛이 있으며 음식 중에서 가장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희랍의 히포크라테스였다. 동양에서도 술은 '백약(百藥)의 장(長)'이라 해서 양약으로 여겼다. 이처럼 술은 건강을 유지하는 음료나 약으로 귀히 대접을 받았다. 뭐니뭐니 해도 술은 그것이 가져오는 정취때문에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평생 술을 즐겼던 임어당은 '생활의 발견'에서 "애주가에게는 정서가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얼큰히 취하는 사람이 최상의 술꾼"이라고 했다. 결국 술이란 입으로만이 아닌 마음으로도 마실 수 있어야 그 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술은 일상생활에서 인간관계를 긴밀하게 해주는 윤활유 구실을 하지만 '백독(百毒)의 두령'이라고 하듯 폐해 또한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혹자는 전쟁 흉년 전염병 이 세가지를 합쳐도 술이 끼치는 손해와 비교할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발명가 에디슨은 술이 두뇌를 빼앗는다 해서 평생을 입에 대지 않고 살았다. 술을 마시면 취하고,취하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어서 애주가들한테 취기를 조절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술 취하지 않는 약(RU-21)이 미국에서 시판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약은 옛소련 KGB의 요청으로 과학아카데미의 생화학연구팀이 개발했다고 하는데,첩보원이 기밀을 쉽게 빼낼 수 있도록 할 목적이었다고 한다. 술마시기 전에 약을 복용하면 통음을 해도 취하지 않아 상대를 완전히 술독에 빠뜨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약은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함유돼 있으며 알콜을 독성화학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화시키는 효소를 억제해 숙취는 물론 간 심장 혈관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 1인당 술 소비량이 제일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숙취해소용 음료는 다양하게 나와 있다. 과음으로 몸이 부대끼는 사람들에게 이런 음료들이 다소 도움은 되겠지만,그에 앞서 적당히 마시는 술문화가 우선돼야 할 것 같다. 술은 고통이 아닌 기쁨을 가져다 주는 것이어야 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