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6개월된 아기의 예방접종비 7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강도행위를 하다 구속된 20대 가장의 딱한 사정을 감안, 이례적으로 기소유예로 석방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지검 형사2부 김승훈 검사는 지난달 28일 새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골목길에서 지나가던 행인 A씨의 핸드백을 빼앗는 과정에서 A씨를 밀쳐 넘어뜨린 혐의(강도상해)로 구속된 정모(27)씨를 16일 기소유예로 석방했다. 정씨는 어머니와 처, 생후 6개월된 딸과 함께 월세방에서 어렵게 살아 왔으며,어머니와 함께 포장마차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중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입원하자 간병을 위해 포장마차도 그만두는 바람에 생활형편은 더욱 어렵게 됐다. 사건 당일 정씨는 아기의 예방접종비 7만원이 없어 처와 다투고 나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자 길거리를 방황하다 A씨를 보고순간적인 충동으로 범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생전 처음 해보는 강도짓이 쉽지는 않아 정씨는 필사적으로 핸드백에 매달리는 A씨를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포기, 자포자기 심정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다 A씨의 비명을 듣고 몰려온 행인들에게 붙잡혀 구속수감됐다. 김 검사는 "정씨의 혐의가 법정형이 7년 이상인 강도상해죄여서 법원에서 아무리 선처를 배풀어 감량해줘도 최소 3년6개월의 실형을 면키어렵다"며 "남은 가족을돌볼 사람이 없게 되는 딱한 사정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 석방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