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환율이 이틀 연속 급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면서 서울 외환시장이 극도의 혼돈상태에 빠졌다. 전날 19원이나 폭등한 원ㆍ달러환율은 15일에도 장중 내내 급등락을 반복하다 전날보다 4원10전 오른 1천1백70원50전에 마감됐다. 이틀새 환율은 23원이상 치솟았다. 원화가치로는 2% 가까이 폭락한 셈이다. 그동안 달러 매도에 치중했던 외환 딜러들은 급작스런 손실을 만회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외환당국 역시 예상치 못한 환율 폭등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외국계 헤지펀드의 투기성 거래까지 등장해 외환시장 참여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 롤러코스터 장세 이날 장 초반은 급등세였다. 전날 엔ㆍ달러 환율이 1백8원대로 떨어졌음에도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원가량 오른 1천1백72원까지 솟구쳤다. 그러나 오전 장 마감 무렵 이같은 환율 오름세에 제동이 걸렸다. 일본과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우려를 표명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 등으로 환율이 올랐을 때 팔려는 달러 매도물량이 나오면서 전날(1천1백66원40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오후 들어 상황은 다시 역전됐다. 역외에서 미국계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손실 만회용 달러 매수주문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환율은 다시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같은 상승세는 곧바로 국내 은행의 손절매성 매도주문을 촉발, 환율 상승폭을 확대시켰다. '손절매→환율 상승→손절매…'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 헤지펀드 경계령 원화가 엔화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심화되면서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날 엔ㆍ달러환율은 전날보다 하락한 반면 원ㆍ달러환율은 오름세를 지속, 원ㆍ엔 환율이 2001년 10월11일(1천1백86원38전) 이후 2년만에 가장 높은 1백엔당 1천75원에 육박했다. 시중은행 외환팀 관계자는 "장 초반부터 헤지펀드의 거래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며 "환율이 지나치게 급등해 주변 통화와의 괴리율이 커질 경우 헤지펀드의 공격을 자초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지난 90년대 초반 뉴욕에 본사를 둔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 공격에 영국 외환당국이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진 사례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외환당국이 전날 환율이 폭등하는데도 대규모 시장개입(달러 매수)을 지속해 환율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며 당국의 과잉대응을 비난했다. 외환당국은 최근 들어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 꾸준히 개입, 국내 외환시장의 환율 '시초가 관리'를 해온 것 역시 과했다는 평가다. ◆ 환율 급등에 증시도 긴장 주식시장에서도 환율 급등의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투기적인 외국인 투자세력이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하거나 급등할 경우 각기 차익실현이나 손절매 욕구를 자극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염려가 기우라는 지적이 우세한 편이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서울지점 이사는 "외환시장 참가자중 주식시장과 연계된 세력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보통의 외국인 주식투자자는 환율변동 위험을 헤지하고 들어오며 이는 최근의 환율변동에 영향받지 않고 외국인이 일관되게 주식을 순매수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ㆍ박민하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