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탓…'생계형' 기업범죄 급증 ‥ 9월까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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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횡령 사건과 여신관련법 위반 등과 같은 경제 범죄는 지난해에 비해 2~4배씩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난으로 궁지에 몰린 기업인들이 '금지된 유혹'에 쉽게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 지능범죄과 관계자는 "사주가 회사 자산을 빼돌리고 종업원들을 울리거나 사원들이 회사를 거덜내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선 경영난 타개 등을 위해 어쩔수 없이 저지르는 '생계형' 기업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기업들이 지나친 형사처벌로 불필요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인들의 경영행위를 제약하는 '양벌규정' 등 3백14개 법률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기업범죄 최고 4배=경찰청 집계 자료에 따르면 올 1∼9월 발생한 기업범죄는 총 2만7천5백79건(법인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2천73건)에 비해 24.9%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건(등록법인 기준)이었던 횡령 사건은 올해 27건으로 작년의 4배로 늘었고 지난해 16건이었던 여신전문법 위반은 2백10건으로 98.1%나 증가했다.
조세범처벌법 위반 역시 2백82건에서 3백92건으로 39% 늘어났다.
유형별로 보면 도로 무단 점유 등 도로법 위반이 2만2백44건(73%)으로 가장 많았고 배임 사기 횡령 등 경제범죄가 1천50건(4%),건축법 위반 4백49건(2%),대기환경보존법 위반 4백94건(2%)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범죄는 서울보다 경기침체가 심한 지방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발생빈도 1위는 부산(3천9백20건)이었으며 이어 경기(3천5백43건),경남(2천7백50건),서울(2천7백19건) 등 순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보다 기업 숫자가 훨씬 적은 부산과 경기,경남 등에서 기업범죄가 더 많이 발생한 것은 지방 경제 불황이 서울보다 더 심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기업인 형사처벌 너무 엄격하다=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범죄 증가와 관련,'기업인 형사처벌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보고서를 내고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불합리한 처벌규정이 '전과자 기업인'을 양산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보고서에서 "종업원의 불법행위와 관련,CEO 혹은 법인에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이른바 양벌조항을 둔 법률이 총 3백14개에 달한다"며 "선의의 기업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련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데도 기업대표를 구속부터 해놓고 수사하는 관행은 즉각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난 89년 라면 우지파동 때 사회적 비난여론이 고조되면서 5개 업체 대표가 구속됐고,98년 통조림업체의 포르말린 방부제 사건 때도 관련업체 대표들이 구속됐지만 법원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