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8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힌데 대해 시민들과 사회ㆍ노동단체들은 충격적이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단체들은 노 대통령 발언의 배경으로 핵심측근으로 알려진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 비자금 수수의혹 등 최근의 어려워진 정치적 입지와 관련, '국면 돌파용'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어떻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이냐"며 방법의 모호성과 함께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고뇌' 끝에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국정 혼란과 정쟁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고계현 정책실장은 "헌법에도 없고 규정도 없는 재신임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최도술 전 비서관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대통령 입장에서는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게 우선이자 도리"라고 말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최병일 사무총장은 "노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해온 최도술씨의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며 "대통령은 주변 인사들의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수사에 맡겨야 하며 이를 정치적으로 풀려고 한다면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도 "참여정부의 국정난맥과 정책혼선에 따른 국민적 불신을 대통령이 인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과 야당을 압박하고 국민의 동정심을 사려는 국면전환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발언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강훈중 홍보국장은 "재신임 발언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는 만큼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못해 먹겠다'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서울 화곡동에 사는 한 주부는 "경기불황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데 대통령이 일이 있을 때마다 책임을 방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말 힘 빠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사회부 종합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