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8:10
수정2006.04.04 08:12
"공업고등학교를 선택한 뒤 3년 동안 단 하루도 기술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일류회사에 취업했고 부모님도 좋아하셔서 더없이 행복합니다."
권문성씨(20)는 지난 1월 서울 한양공고 졸업을 한 달 앞두고 현대자동차 입사에 성공했다.
입사 첫 해인 올해 연봉만 2천7백만원.
대학을 졸업한 웬만한 회사의 신입사원 연봉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백수'로 몇 년씩 보내기 예사인 극심한 청년 실업난 속에서 그야말로 '행운아'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행운'은 그냥 찾아온게 아니었다.
지난 2000년 중학교를 졸업할 때 대부분의 친구들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지만 그는 과감히 '공고'를 택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던 탓도 있었지만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잘 안되는 상황에서 기술을 배우는게 낫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술로 유명한 한양공고에 진학한 그는 1학년 때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는 기능반에 들어갔다.
3년간의 기능반 생활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남들보다 빨리 등교, 실습장을 청소해야 했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시 기능반에 가 밤 11시까지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우는 날의 연속이었다.
2학년 때부터는 기능반에서 아예 먹고 잤다.
주말이나 방학도 없었다.
토ㆍ일요일에도 하루종일 자동차와 씨름을 했고 방학 중에도 1주일간의 '휴가'를 빼고는 기능반에서 생활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친구들처럼 여자친구와 놀러 다니는 건 꿈조차 꿀 수 없었죠.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권씨는 새벽에도 일어나 자동차 엔진을 한 번 더 뜯어볼 정도로 '열성파'가 됐고 2학년에 올라가던 2001년 3월 서울 지방기능경기대회 자동차 정비부문에서 2위에 입상했다.
2002년 4월 다시 서울 지방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한 그는 1위로 올라섰으며 그 해 10월 광주에서 열린 전국 기능경기대회에서는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따낸 자격증만 자동차정비기능사 자동차검사기능사 건설기계정비기능사 차체수리기능사 등 4개에 달한다.
고교 졸업장만 가지고 현대자동차 입사라는 행운을 얻게 된 건 이런 노력 덕분이었다.
권씨는 현재 현대자동차 하이테크센터에서 전국 애프터서비스(AS)센터에서 고치지 못하는 차를 수리하고 고난도 차량 정비기술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곧 기술특기병으로 군대에 가는 권씨는 제대하면 영어를 더 익혀 현대자동차 해외서비스팀에서 일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또 기술을 더 연마, '기술명장'이 되는게 꿈이다.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산업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기술과 자격증을 가진 덕택에 수시입학으로 진학의 꿈도 남들보다 쉽게 이뤘다.
"인문계 고교에 진학한 친구 대부분은 특별한 기술 없이 군대에 가거나 전문대에 진학한 상태입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고교만 졸업하고서도 기술을 익혀 대기업에 당당히 취직한게 자랑스럽습니다."
권씨는 "확실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취업뿐 아니라 창업 등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선택할 만한 길"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