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경제부총리의 당황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이 민망하다. 2분기 경기바닥론을 주장하던 것이 불과 두어달 전이었는데 곧바로 3분기 바닥론으로 물러섰고 급기야 4분기 회복론으로 바뀌더니 어제 국회에서는 기어이 내년 1분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고도 남지만 달력을 넘길 때마다 "다음 달에는…"을 주문처럼 외워댄다면 부총리 체면은 고사하고 달동네 서민들이 로또 당첨을 기다리는 것과도 다를 것이 없다. 부동산 투기열풍에 대한 처방 역시 실망스럽다. 오는 2012년께 주택보급률이 1백15%에 이르면 투기열풍이 잡힐 것이라는 한가한 전망도 그렇지만 강남지역 금융대출을 봉쇄함으로써 강남을 때려잡겠다는 발상 역시 반부자 캠페인의 시류에 영합하는 것일 뿐 전국적인 투기열풍 사태에 합당한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들이 넘치는 자금을 쌓아 놓고도 철저하게 몸을 사리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지 않고는 부동산 안정도 경기회복도 기약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덮어놓은 채 이틀이 멀다 하고 대증처방만 내놓는 당국은 과연 철학이 있는 것인지…. 한국은행의 박승 총재도 가련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되었듯이 10번을 예측해 단 한번도 제대로 맞힌 적이 없다는 한국은행의 경제예측 능력을 물론 전적으로 박 총재 탓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개혁에 저항하는 자들의 위협"이라는 대학 1년생같은 주장조차 거침없이 내뱉고 다녔던 금통위원이 없지 않았으니 금통위가 고도의 전문성으로 우리 경제를 관리해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하기야 한은의 일선 직원조차 '금리를 인상하라'는 요지의 글을 홈페이지에 제 멋대로 발표할 정도라니 기강의 붕괴며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간하지 못하는 '최낙정 신드롬'이 드디어는 '침묵하는 권위'를 근간으로 하는 중앙은행에까지 파고든 모양이다. 장관들의 희화에는 계좌추적권과 출자총액제를 위해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강철규 공정위원장도 빼놓을 수 없다. 출자총액제는 투자허가제라고도 할 만하겠지만 지구상 어느 나라에도 없는 해괴한 제도를 온존시키며 기업 손발을 묶어놓은 나라의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에 흘러갈리는 만무하다. 지난 4년간 한번도 행사해본 적이 없는 계좌추적권을 만료시점을 앞두고 굳이 먼지를 털고 빼든 것이 오로지 권한을 유지하기 위한 투쟁은 아니었는지도 모르지만 출자제한이 경영투명성을 위해서도 긴요하다는 새로운 논리에는 아예 반박하는 것조차 귀찮아지고 만다. 아이들 장난감조차 한번 주면 다시 뺏기 어려운 법인데 하물며 대기업을 쥐고 흔드는 권력이야 다시 내놓으려 할 것인가. 판교 신도시 학원단지 방안을 백지화시킨 윤덕홍 교육부총리도 이 명단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아마도 지금쯤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을 룸살롱과 PC방과 나이트클럽과 노래방이 꽉 들어찬 빌딩에 같이 집어넣어야 하는가'를 되묻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사설 학원을 조장한다"며 분개하는 위선자들이 결국에는 그들의 순수성과는 전혀 다른 무책임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한 쪽에서는 행정규제와 반기업 정서와 평등주의의 칼을 빼들고 시중의 돈을 몰아 부동산투기에 밀어넣기 바쁘고 다른 쪽에서는 거꾸로 투기를 때려잡는다고 아우성이니 이런 구경거리도 없다.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