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주지사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당선되자 세계 각국의 정치인 및 시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대부분은 슈워제네거에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그가 멕시코 출신 불법이민자의 권리 보호에 반대해 왔다는 점을 들어 멕시코 정계.언론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고국 오스트리아의 볼프강 쉬셀 총리는 당선 축하메시지를 발표하고 그의 공식방문을 초청했다. 베니타 페레로-발트너 외무장관은 "슈워제네거가 운동과 (영화배우라는) 전문분야에서 성공한 데 이어 이제 정치에서도 성공했다"고 칭찬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내무장관은 슈워제네거의 당선에 만감이 교차한다면서도 의미있는 업적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발음하기 조차 힘든 이름을 가진 외국인이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의 주지사가 됐다는 것은 결코 아무렇지 않은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연예계 및 정계 소식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일본에서도 그의당선을 축하하는 분위기다. TBS 저녁뉴스 앵커 스기오 히데야는 8일 "이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감중인 조셉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반응. 에스트라다는 구금돼 있는 군병원에서 전화통화를 통해 슈워제네거는 영화에서보여준 영웅적 기질을 정치에 도입, 주민에 봉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중남미의 베네수엘라와 멕시코에서는 각각 처한 상황에 따라 슈워제네거의 주지사 당선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야당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탄핵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대부분 국민들이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 소환 및 슈워제네거 당선이야 말로 민주주의를 공고히하는 사례라며 환호했다. 23세의 제과점 점원이라고 밝힌 후안 움베르토 페스타냐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소환) 투표를 이끌어냈다. 나는 이를 찬양한다"며 흥분했다. 반면 멕시코에서는 냉담한 반응이 쏟아졌다. 멕시코 하원 외교관계위원회 위원장인 카를로스 히메네스 멕시코 의원은 "슈워제네거의 주지사 당선은 멕시코 이민자들이 우려해야 할 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히메네스 의원은 "때때로 그가 멕시코 이민들을 향해 전달한 매우 인종차별적인메시지들은 우리를 고무시키기는 커녕 전적으로 낙담시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칼럼니스트 게르만 데헤사는 일간 `레포르마' 8일자에 기고한 칼럼에서 "정치가 형편없는 광대들의 유감스런 서커스로 변질되고 있다"고 힐난했다. (탈 AP=연합뉴스) econom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