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단장 김현자)이 국립극장 남산이전 30주년 기념공연 '비어 있는 들'을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비어 있는 들'은 '생춤''기의 춤' 등 항상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김현자 단장의 취임 이후 두번째 작품이다. 가을숲, 가을비, 국화꽃, 빈들을 가득 채운 갈대와 철새무리 등 다양한 가을 이미지를 춤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삶을 관조하고 이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한다. 전작 '바다'에서 한국 춤의 힘과 강한 표현력을 선보인 김 단장은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감성을 통해 가을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정경과 쓸쓸한 이면을 드러내 보인다. 김 단장은 "가을 수채화 같은 풍경 속에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인간세상의 영원한 화두를 담담히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무용수들이 주어진 동선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가 갖고 있는 가을 이미지를 주관적으로 전달하는 점도 이번 작품의 특징이다. 특히 제5장 '추상(秋像)'에서는 무용수들이 자신의 흥과 느낌만으로 가을을 육화(肉化)하는 즉흥 춤판을 통해 흡사 해방구와 같은 장관을 펼쳐보일 예정이다. 무대 디자인을 맡은 박동우도 가을 분위기를 독특하게 표현해 낸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는 가을 들판과 언덕,물결치는 갈대,황혼녘 낙조에 물드는 산 등을 형상화한 무대를 통해 가을 정경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국립무용단 단원이자 안무가인 김윤수가 이문옥 운영위원과 함께 조안무로 이번 작품에 참여한다. 이소정 박미영 엄은진 등 국립무용단의 주목받는 차세대 춤꾼들이 추는 춤을 구경하는 것도 이번 공연이 갖는 재미의 하나로 꼽힌다. (02)2274-1173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