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은 행정부 관리들이 칼럼니스트에게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누설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으며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ABC 방송이 6일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가족에게도 자기 신분을 알리지 않는 CIA 요원들에게 이 신분누설 사건은 달갑지 않은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ABC 방송의 뉴스프로그램인 `나이트라인(Nightline)'에 출연한 5명의 전직 CIA 요원들은 이사건이 미국의 안보와 국제적인 대테러전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전(前) 이라크주재 대리대사이며 아프리카에서도 외교관으로 활동했던조지프 윌슨 씨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을 위해 정보를 과장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이에 대한 보복으로 행정부 일부 관리들이 자신의 부인의 신분을 언론에고의로 흘렸다고 주장했다. CIA 비밀요원인 그의 부인 밸러리 플레임의 이름은 지난 7월 보수 칼럼니스트로버트 노박의 칼럼에 등장했다. 이처럼 비밀요원의 신분을 밝히는 것은 정보원 신분보호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와는 별도로 전직 CIA 관계자들은 이 사건이 CIA 내부에서현 행정부에 반대되는 태도를 취하면 쫓겨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일으키고 있다고말했다. 전직 CIA 요원인 래리 존슨 씨는 "이것은 정치적인 행위"라면서 "CIA 사상처음으로 비밀요원이 정치적인 이유로 쫓겨났다"고 말했다. 역시 전직 CIA 요원인 짐 마친코프스키 씨는 "이것은 스타 농구선수의 무릎을못쓰게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신분이 노출된 요원은) 과거에 했던 것처럼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슬람 세계의 반미감정이 기록적으로 높아진 가운데 대테러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신분 누설은 앞날을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주장도나왔다. 전직 CIA 요원인 브렌트 캐번 씨는 "이것은 우리와 함께 일할 것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그같은 선택을 재고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돈이나 지위, 그런 자격으로미국을 위해 일하는 특권은 아무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요원들은 (신분 노출로) 결국 사망하게될 가능성도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윌슨의 부인 플레임도 신분 노출로 테러범이나 외국의 적대적인 정보기관의 목표물이 될 수도 있지만 그녀가 접촉했던 외국의 인물들은 아무런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됐다. 캐번 씨는 "윌슨 부인과 접촉했던 해외 인물들은 어떤 나라에서는 법의 보호를받지 못한다"면서 "윌슨 부인과 접촉했던 사람들이 밝혀지고 신문을 받고 감옥에 갈수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것들이 너무 가볍게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