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위안화 '평가절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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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元)화 평가절상이 핫 뉴스로 등장했다.
이 논쟁을 보면서 기자는 5년여 전 국제부 근무시절의 한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지난 98년 말 어느 날.국제부 텔렉스실에 '중국 곧 위안(元)화 평가절하 단행'이라는 제목의 AFP통신 기사가 타전됐다.
메가톤 급 뉴스였다.
편집국에 긴장감이 흘렀다.
이튿날 언론사들은 이를 주요 기사로 다뤘고 국내 주가는 폭락했다.
IMF경제의 마지막 탈출구로 여겨졌던 '중국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FP뿐만 아니다.
당시 많은 서방 언론이 당시 '중국 고위인사 위안화 평가절하 시사''위안화 가치하락 징후'등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이 뉴스에 세계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중국은 조용했다.
중국은 '안정적 환율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결과는 다 아는 사실이다.
중국은 평가절하를 하지 않았다.
경제 논리로만 본다면 당시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조정해야 했다.
이를 근거로 평가절하를 예견한 서방 언론은 결국 오보를 양산하고 말았다.
서방 언론은 중국의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비(非)경제적인 요인을 간과했다.
중국은 서방언론의 보도에 대해 '중국을 금융위기로 몰아 넣으려는 책략'으로 간주했다.
당국은 국민들에게 서방의 공격에 맞서 경제 주권을 지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국민에 대한 공산당의 약속이기도 했다.
위안화 가치를 조정한다면 외부세력의 압력에 굴복,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꼴이 된다.
공산당은 그 약속을 지켜야 했고, 또 지킬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
5년이 지난 지금 위안화 평가절상이 화제다.
조정 방향은 다르지만 이를 둘러싼 상황은 유사하다.
중국 당국은 서방의 평가절상 압력을 '중국 때리기'로 간주, 이에 맞서 '안정적 환율정책을 지속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고 있다.
중국이 서방의 입맛에 맞게 고분고분 환율을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들에게는 또 그럴 만한 경제적 능력도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