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시대가 온다더니 지역균형투기시대가 열렸네요." 정부는 최근 대구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경쟁률이 1백38대 1에 달하고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83%가 전매되는 등 수도권을 방불케 하는 투기열풍이 지방으로 번지자 부산 대구의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대구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참여정부는 집권 슬로건으로 '지역균형발전'을 내걸었는데 지방경제는 일어날 줄 모르고 부동산투기만 서울을 방불케 하면서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극심해지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지방의 투기열기는 이제 예고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구 수성구의 중개사 신영철씨는 "서울 큰 손들이 지방원정에 막 맛을 들였기때문에 이들의 지방러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의 분양대행사 A사의 이모 사장은 "공장이전 예정지 등 새 아파트 사업지구만 물색해 주면 수십억원대의 소개료를 주겠다는 제안이 서울에서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서 "수백억원을 통장에 넣어놓고 지방 대도시 아파트 용지를 찾아다니는 서울 큰 손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D부동산의 김모 사장은 "최근 황금동 주공 재건축아파트 분양에 서울에서 50~1백개씩의 통장을 가지고 무더기로 접수한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들 외지투기꾼은 청약통장을 일시에 동원해 대량 당첨된 뒤 서로 담합해 프리미엄을 올린 후 현지 실수요자들에게 되넘기는 수법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김 사장은 전했다. 또 이들은 현지 당첨자들로부터 당첨권을 대량으로 매집해 프리미엄을 올리는 수법도 쓴다.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의 10%만 계약금으로 지불하고 프리미엄이 오르면 그대로 집행하고 내리면 포기하거나 프리미엄 값을 수표로 끊어주고 지급정지시켜 시간을 끄는 등 온갖 투기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의 중개사 박인철씨는 "정부의 대구 수성구 투기지역 지정에 앞서 외지인들은 벌써 다 챙기고 비투기지역인 달서구 지역으로 몰려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외지투기세력이 가수요를 부추기는 바람에 주택건설회사들의 분양가 인상러시가 이어져 최근 대구 부산 등지의 분양가가 평당 1천만원선까지 뛰었고 전주 창원 등 지방 중소도시도 작년에 비해 분양가격이 2배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비록 투기라고 할지라도 대구의 지역자금이 동원되고 투기차익이 지역에 재투자된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개탄했다. 그는 "지방 아파트 투기를 부추겨 놓는 것은 대부분 서울의 원정 투기자금이기 때문에 시세차익 '단물'은 서울로 가고 지방은 투기세력이 남겨놓은 '자산인플레에 따른 계층간 위화감 조성''전셋값 폭등' 같은 부작용에 시달린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서울의 투기세력이 휩쓸고 지나간 대구 수성구,부산 해운대구·수영구의 현지 실수요자들은 고스란히 피해자로 남았다.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거래가 부자유스러워진 것은 물론 분양가에 이어 전셋값이 폭등할 게 뻔해 영세민들은 "내년 봄 이사철이 벌써 공포로 와닿는다"고 말한다. 대구 계명대학의 권 업 교수는 "서울은 부동산 외에도 각종 서비스업 등 투자할 곳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편이지만 지방은 제조업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저금리가 지속되면 부동산 외에 돌파구를 찾을 곳이 드물기 때문에 투기열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