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기업의 지분 5% 이상을 가진 외국계 펀드는 대략 17개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보다 적은 지분을 가진 외국계 펀드(또는 외국인)는 신고의무가 없기 때문에 "수면 밑"에서 활동하는 펀드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는 것이 정설이다. 외국인 보유주식규모가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는 물론 투신.증권사 등 기관들도 외국인 투자패턴을 무작정 쫓아가는 "외국인 따라하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펀드들의 투자종목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 있거나 뒤늦게 알려지는 경우가 많은데다 투자성향조차 잘 파악되지 않고 있어 이같은 "추종매매"는 큰 투자리스크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계 펀드의 성격과 투자성향=전문가들은 외국계 펀드를 투자성향과 기금의 성격에 따라 크게 4개로 분류하고 있다. 투자성향은 △수익률을 중시하는 모멘텀 투자와 △기업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가치투자로 분류된다. 기금 성격에 따라서는 △연기금펀드와 △뮤추얼펀드로 나눠진다. 투자기간으로 보면 대체로 연기금펀드로 가치투자를 하는 곳들은 장기투자 성향을 가지며 뮤추얼펀드로 조성돼 모멘텀투자를 하는 펀드는 단기투자 성향을 보인다. 주요 펀드의 투자성향=외국계 펀드중 모멘텀투자의 대표주자는 뮤추얼펀드인 JF애셋매니지먼트가 꼽힌다. 홍콩에서 데이빗 최라는 한국인이 운용하는 이 자산운용사는 주로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단기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평균적으로 3개월 이내의 단기 매매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립산업 동양기전 대구백화점 등 중소형 우량주도 대거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상승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와 신세계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었다. 가치투자를 하는 펀드로는 캐피털그룹과 템플턴,피델리티 등이 있다. 세계 최대펀드로 꼽히는 피델리티의 경우 뮤추얼펀드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연기금의 비중이 더 크다. 자금의 성격에 관계 없이 이들은 비교적 장기 투자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크라운제과 등에 집중 투자한 GMO이머징마켓펀드 역시 뮤추얼펀드로 조성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로 알려져 있다. 특정 목적·성향의 펀드 증가세=최근에는 특정 목적을 지닌 펀드들이 늘고 있다. 코스닥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특화해 투자하는 코로마스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올 들어 코스닥기업의 BW에 대거 투자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쳐 '코로마스 주의보'가 내릴 정도였다. SK 최대주주로 올라서 관심을 끌었던 소버린자산운용이나 현대산업개발 등에 투자한 프랑스계 Hermes의 경우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이익실현'을 표방하는 투자회사로 알려져 있다. 외국계 투신운용을 거쳐 현재 국내자문사에 있는 한 펀드매니저는 "이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도 일관된 매매형태를 보이는 만큼 투자성향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