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양도된 주택청약통장으로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을 제3자가 샀을 경우 건설사가 이 분양권 계약을 취소하더라도 분양권 매입자는 권리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타인의 청약통장을 사들여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을 제3자가 매입했다가 건설사가 불법양도 청약통장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을 경우 제3자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분양권 전매 계약시 주의를 촉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3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3일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매입했다가 건설회사로부터 아파트 계약 취소통보를 받은 이모씨가 H건설사를 상대로 낸 매수인 지위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불법양도된 청약통장으로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을 거래하는 것은 아파트 공급질서 교란금지를 위해 마련한 주택건설촉진법에 명백히 위배된 것이므로 피고가 이를 근거로 계약을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는 청약통장 불법양도 사실을 몰랐으므로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주택건설촉진법에는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없는데다 계약과정에 대한 증언에 비춰볼 때 원고가 불법양도 사실을 몰랐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재작년 9월 김모씨가 다른 사람에게서 매수한 청약통장을 이용해 당첨받은 서울 강남의 모아파트 분양권을 프리미엄 5천4백50만원을 포함,1억2천6백30만원에 양도받았다. 그러나 작년 2월 서울지방국세청의 아파트 거래과열지역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 아파트의 청약통장이 불법양도된 사실이 적발됨에 따라 H건설이 이씨에 대한 주택공급 계약을 취소하자 소송을 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