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쯧,언제 사람 구실 하겠니,오락에만 푹 빠져 있으니.이젠 철도 들만한데,아직도 나이 값을 못하니…." 단짝 친구인 조진희씨(27)와 이강호씨(27).이들은 학창시절 부모 속을 '정말' 많이 태웠다. 공부는 뒷전이고 게임에 미쳐 밤샘이 다반사였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의 연속이었고 성적도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4월 명문대 출신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초우량 게임업체인 넷마블에 당당히 입사해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넷마블의 지주사인 플레너스의 방준혁 대표는 "게임 얘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얼굴이 금세 밝아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변을 토하는 이들의 열정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게임의 '게'자만 나와도 기겁을 하던 부모들도 이젠 든든한 후원자로 돌아섰다. '문제아'로만 여겼던 자식들이 올 상반기에만 매출 3백29억원에 1백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짱짱한' 회사에 입사하자 부모들도 자식들의 '진가'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조씨와 이씨,두 새내기 사원의 '인생역전'에는 공통점이 있다. 게임에 미쳐 게임 개발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오로지 '한 우물 파기'에 열중했다는 것이다. 조씨가 게임 개발자를 꿈꾸게 된 것은 중학교때 '스파이 대 스파이'란 컴퓨터 게임을 처음 접하고부터.함정에 빠진 두 명의 스파이 중에서 숨겨진 보물 3개를 먼저 찾아낸 사람만이 로켓을 타고 탈출할 수 있도록 줄거리가 꾸며져 있는 이 게임은 중소도시에서 살면서 무료했던 조씨에게 한마디로 별천지를 경험하게 했다. 조씨는 컴퓨터 게임에 거의 '중독자' 수준으로 빠져들었다. '슈팅'(갤러그처럼 총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게임),'건슈팅'(총을 들고 하는 게임),'퍼즐'(테트리스,헥사 등과 같은 게임) 등과 같은 다양한 게임을 탐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즐기는 차원을 벗어나 게임의 메커니즘이나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다. 초보 단계이긴 하지만 스스로 게임을 만들어 보는 수준으로 기량이 발전했다. 2002년 충남 서산의 한서대학교 전산정보학과를 졸업한 조씨는 곧바로 상경,한 게임전문 학원에 들어가 1년간 게임이론과 실무를 익혔다. 이 학원에서 조씨를 처음 만나 '짝꿍'이 됐고,다시 넷마블의 입사 동료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강호씨의 사연 또한 조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씨는 중학교때 부모님이 처음 사 준 컴퓨터를 통해 게임을 알게 됐다. 그는 게임 마니아가 됐으며 학업성적과 건강을 염려하는 부모님과 거의 매일 갈등을 빚었다. 집에선 참다 못해 "게임이나 하려면 대학이고 뭐고 다 때려치워라"며 게임개발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여주대학교 정보처리학과에 입학하려는 그를 말리기까지 했다. 조씨와 이씨는 현재 넷마블에서 같은 부서(게임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다. 넷마블이 서비스하고 있는 60여종의 게임 가운데 3∼4개 게임의 시스템 유지와 보수를 맡고 있다. 개선점을 찾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도 이들의 임무.멀지 않은 장래에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대박게임'을 만들기 위해 기초부터 다시 다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이 좋아 게임에 빠졌고,게임개발자가 되기 위해 모든 걸 걸었던 조씨와 이씨.이들은 일에 대한 열정 하나로 험난한 취업한파를 극복해냈다. 글=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