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에선 해가 녹차밭에서 떴다가 녹차해수탕이 있는 율포 앞바다로 지지라." 전남 보성읍 봉산리 몽중산 근처 차밭에서 만난 한 주민의 말은 보성과 녹차가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짐작케 했다. 보성강과 득량만 주변, 제암산과 존재산의 남쪽 줄기를 타고 내려가며 조성된 녹차밭은 5백18ha. 말 그대로 '녹차밭이 지천'인 보성에서는 해마다 1천t의 질 좋은 '보성녹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전국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규모. 녹차가 노화를 방지하고 암과 각종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알려지면서 가공식품도 줄을 잇고 있다. 녹차잎을 갈아 만든 사료로 키운 녹돈을 비롯해 녹차쌀, 녹차 된장ㆍ고추장, 녹차 과자까지 20여종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드라마와 CF 촬영장소로 유명해지면서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3백71만여명이 다녀갔다. 보성군이 녹차로 벌어들인 돈은 지난해 1천1백80억원에 달한다. 보성 녹차가 예부터 명성을 얻은 것은 차에 좋은 자연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질 좋은 녹차가 생산되는 조건은 무척 까다롭다. 강수량 1천5백mm 이상, 마사토 토질, 안개일수 연중 89일 이상 등등. 안개는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맞닥뜨리면서 생긴 것이어야 한다. 보성은 차 생산 여건을 하늘로부터 내려받은 곳. 이런 이유로 보성 녹차는 지난해 1월 국내 첫 '지리적 표시 특산품'으로 등록됐다. 지리적 표시 특산품은 지리적 특성에 의해 생산된 지역 명품에 대해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산업재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보성 녹차는 보르도 포도주, 스카치 위스키, 아르덴 치즈 등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보성군은 '지리적 표시제 1호'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품질관리에 나서고 있다. 농민교육은 물론 작황별 전수조사, 유통상품에 대한 평가작업까지 벌여 고급화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농수산물 수입 개방으로 당장 내년이면 밀려들지도 모르는 값싼 중국산 차에 대한 위기감도 반영돼 있다. 녹차 관련 산업 가운데 요즘 부쩍 성장하는 분야는 가공식품과 관광산업이다. 가공식품은 지난해 1백3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20∼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율포해수욕장에는 해수풀장, 스포츠센터, 어린이놀이시설, 가족호텔 등을 갖춘 해수녹차 휴양타운을 2005년까지 조성키로 했다. 보성=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