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암달러 시세는 바닥, 홍콩 위안화 선물환 가격은 고공비행.' 베이징 야윈촌의 한 암달러상은 지난 24일 "달러를 들고 온 손님을 모두 돌려 보냈다"고 전했다. 달러를 살 고객이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 암달러 시장에는 이처럼 찬바람이 불고 있다. 달러를 팔겠다는 사람들을 많은데 매수자는 실종 상태여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암달러시장에 달러만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을 하는 왕천은 "얼마 전 위안화 평가절상을 기대한 해외 친지로부터 송금받은 달러를 서둘러 위안화로 바꿨다"며 "이제 달러를 갖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귀띔했다. 자연히 암달러 가격은 한 달 전 은행에서 위안화로 바꿔주는 공식 시세(달러당 8.21위안) 수준인 달러당 8.22위안까지 떨어진 이후 변동이 없다. 2~3년 전만 해도 암달러 시세는 달러당 8.8~9.0위안 수준이었다. 암달러 시장에 달러가 넘쳐나는 것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기대한 투기성 자금 유입이 급증한 결과다. 한 외자계 기업 재무담당자는 "단기외채를 늘리고 수출입 가격을 조작하는 식으로 투기성 자금을 끌어들이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외자계 기업의 외채가 지난해 20억달러 감소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30억달러 늘어난 것이 이를 말해 준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이들은 단기 채권 매입이나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위안화 자산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암달러 시장과는 달리 홍콩에서 열리는 위안화 역외 선물환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위안화 선물환 1년물 환율은 지난 23일 달러당 8.0위안대가 붕괴되면서 7.93위안에 거래됐다. 25일에도 달러당 7.92위안대에 거래되고 있다. 1년 후 위안화 가치가 현재의 공식환율(달러당 8.28위안)보다 4.3% 정도 평가 절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홍콩 프랑스계은행 지점의 외환딜러는 "위안화 선물환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금년 초 6천만달러 수준에서 최근 1억5천만~3억달러로 급증했다"며 "중국 진출 외국기업들의 헤지(손실회피) 수요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에는 과실송금 규제를 피해 중국 진출 기업들의 지주회사들이 많이 설립돼 있는데 이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위안화 선물환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기성 자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