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眞景)'은 17∼18세기 조선 후기에 태동한 독특한 예술양식이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로 대표되는 진경은 우리의 강산을 주체적 시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시도로 조선 후기 문화의 황금기를 주도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진경-그 새로운 제안'전은 '진경의 정신'을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찾아보는 기획전이다. 회화 조각 판화 사진 설치 미디어 등 현대미술 전부문에 걸쳐 62명 작가의 작품 2백50여점이 출품됐다. '원형으로서의 자연'은 자연의 원형적 현상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강관욱 강운 김창영 홍순명 등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대기로서의 풍경'에 나온 강승희 강요배 류재웅 배병우 등의 작품은 한국의 독특한 대기의 느낌을 표현한 그림들이다. '양식으로서의 산수'는 진경 산수의 전통적인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종억 유근택 이종송 임택 조병연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환경으로서의 도시'는 현대사회에서 '진경'의 의미를 묻고 있다. 겸재에게 자연이 삶의 터전이자 환경이었다면 도시에서 나고 자라난 현대 작가들에게는 도시의 가로와 빌딩숲이 '진경'일 수 있다. 도시는 '관조의 대상'으로서의 풍경이 아니라 우리와 매순간을 부대끼는 '환경'인 것이다. 11월11일까지.(02)2188-600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