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전문 도둑단이 3천5백만달러 어치의 금괴를 탈취한다. 그러나 내분이 일어나 배신자가 동료들을 살해한 후 금괴를 독식하고 살아 남은 자들은 복수를 결행한다. 분노를 억누른 채 냉철한 두뇌게임에서 이겨야만 복수가 가능하다. '이탈리안 잡'(감독 게리 그레이)은 도둑들끼리의 금괴탈취 전쟁을 다룬 스릴러다. 경찰의 존재가 철저히 무시되기 때문에 배신자가 악당이며 응징자가 영웅들로 비쳐진다. 배신자 스티브 역의 에드워드 노튼,그를 응징하려는 찰리 역의 마크 월버그,부녀 도둑 역의 도널드 서덜랜드와 샤를리즈 테론 등 스타급 배역진의 연기에다 유머와 액션,로맨스가 버무려진 오락물이다. 스티브로부터 금괴를 재탈취하려는 찰리 일당의 작전에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감독의 연출 솜씨가 노련하다. 카메라는 폭약전문가와 컴퓨터전문가 자동차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찰리 일당의 캐릭터를 하나씩 보여주는 한편 탈취 방법을 제시하고 팀원들간에 마음과 행동을 맞추는 과정을 풀어냄으로써 관객들을 조금씩 작전에 동참시킨다. 엄청난 뚱보를 만난 자리에서 드러나는 폭약전문가의 당혹감, 자신이 '냅스터'(인터넷 음악공유파일)를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컴퓨터전문가 등에 관한 묘사는 이야기의 전개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캐릭터에게 숨결을 불어넣는다. 금괴탈취작전 도구로 미니 자동차를 사용한 것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두가지 리더십의 유형을 제시한다. 모든 작전을 짜고 지휘하는 찰리는 창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다. 그는 팀원들의 개성과 역량을 최대한 살리도록 이끌면서 기상천외한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다. 반면 스티브는 안전한 길을 선호하고 철저한 방어전략을 구사하는 관리형 리더다. 그가 지휘하는 부하들의 수는 많지만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찰리 일당과 한 사람의 두뇌에 의존하는 스티브 일당의 싸움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는 자명하다. "(너는) 상상력이 없고 늘 방어적이야.그래서 언제나 2인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10월2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