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깔리면 회색 빛 도시 서울은 마술을 부린 듯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밤마다 다채로운 빛을 내는 조명장치로 인해 답답했던 잿빛 건물 군은 눈부신 빛의 축제를 펼치고, 한강을 가로지른 다리의 휑한 철제구조물은 색동옷으로 갈아입는다. 다닥다닥 달라붙은 달동네도, 꽉 막힌 차량행렬도 어둠이 조화를 부리기 시작하면 마치 별의 무리를 만난 것 같은 멋진 그림이 된다. '빛의 도시' 서울의 야경중에 다리만큼 자기만의 고유 색깔을 내는 건축물은 없다. 황홀한 도시야경을 연출하며 낮과 전혀 다른 '도시의 밤'을 창조하는 기술집약형 벤처 (주)누리플랜을 조명한다. '신선이 노닌다'는 이름의 선유도는 영등포구 양화동 양화대교 남단에 위치한 작은 섬. 정수장의 건물과 구조물을 재활용해 물을 주제로 한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이후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카메라 붐 속에 야경 촬영의 최적지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한강둔치와 선유도를 잇는 아치형 보행교인 선유교는 밤에 더욱 아름답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등 4가지 조명등이 수면에 반사돼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세계최고의 2백2m 높이를 자랑하는 월드컵 분수는 물론 성산대교의 야경과 국회의사당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도 볼 만하다. 특히 밤에는 풀벌레 소리에다 설치된 실루엣 조명이 운치를 더한다. 밤이면 색색조명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선유도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서울시내 한가운데에 이런 곳이 다 있었느냐'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처럼 한강다리의 '화려한 변신' 한 가운데 서 있는 업체가 바로 누리플랜㈜(대표 이상우 www.nuriplan.com)이다. 지역문화의 특색이 가장 잘 녹아들어 있으면서 도시인이 꿈꾸는 생명과 자연을 '빛'으로 표현한 조명은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주고 그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누리플랜은 지금까지 경관조명이 설치돼 있는 9개의 한강교량 중 3분의 2가 넘는 6개 교량에 디자인 및 설계·시공과 관련한 야경작업에 참여했다. 이 회사는 전원풍의 조경과 함께 도심 속 밤하늘을 밝히는 독특한 조명 디자인으로 야간에 더욱 화려하고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가양대교,선유도 보행자육교와 공원,원효대교,한강대교,동호대교,올림픽대교 등이 누리플랜의 대표작이다. 2001년 개통된 가양대교는 서울시 건축상 중 경관조명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날렵하고 세련된 곡선미를 가진 가양대교에 독특한 형태와 색상을 가진 조명을 연출,수면에 투영되는 다리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이밖에 제주도 해안도로와 산지천,진주 천수교,울산 신복로터리 번영교 등에 설치된 경관 조명도 누리플랜의 작품이다.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92년 설립된 누리플랜은 LED 및 태양광 조명을 이용한 건축물의 외관조명,산업조명,공원조명 등을 디자인부터 설계 시공까지 일괄하는 기술집약형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조형물의 디자인 및 설치, 교량디자인,가로등 스트리트 퍼니처,각종 사인 시스템 등 환경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분야는 크게 교량조명과 건축조명,공원조명으로 분류된다. 교량 기본구조물이 가진 개성을 부각시켜 매력을 극대화하는 교량조명 분야는 쾌적하고 볼거리 있는 도시 환경을 연출한다. 마찬가지로 건축조명도 도시경관의 공간적 넓이를 연출하고 더불어 조각적 입체감을 주는 분야.마지막으로 공원조명 분야는 천공,식재,지면 등과의 조화를 고려하면서 공원이 가진 특징을 시각적으로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올해 초 반포대교와 양화대교 경관조명 디자인 및 설계부문에 당선된 누리플랜은 지난 7월에는 강변북로 야간경관조명 설계와 디자인,그리고 시공까지 포함한 현상공모에서 최우수작품으로 당선되면서 그 진면목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무한 에너지인 태양광을 실내에서 자연조명으로 즐길 수 있는 태양광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 조명은 아파트나 일반주택의 선탠룸,지하공간이나 병원 등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누리플랜의 경쟁력은 LED 조명분야에 있다. 일반 조명기구로는 설치가 불가능한 장소에 적용할 수 있는 LED 조명은 유가인상에 따른 에너지 절감효과가 뛰어나다. 유지·보수가 간편한 것도 특징.LED 조명은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나 국내에서는 지난 90년대 후반에 도입된 이후 점차 확산추세에 있다. 누리플랜의 또 다른 강점은 제품 개발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학 및 연구소와 산학협동을 통해 새로운 소재를 끊임없이 발굴하는 한편 연간 이익의 5%는 반드시 R&D 투자에 지출한다.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누리플랜의 능력은 더욱 인정받고 있다. 지난 8월 안산시 화정천 보도육교 설계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당선되는 한편 대구동구청이 발주한 아양교 조형물 현상공모에서도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최근에는 부산시 야간경관조명 기본계획의 지명경쟁에서 낙찰자로 선정돼 내년 7월까지 4억원의 설계용역비를 투입,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따라서 3~5년 후에는 항도 부산의 야경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된다. 지방분권화를 계기로 도시미관에 대한 시각이 바뀌면서 누리플랜의 매출액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00년 9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2001년에는 1백50억원,2002년에는 2백10억원으로 증가했다. 매년 50% 이상씩 늘어나는 추세다. 누리플랜은 올해 매출액이 3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누리플랜은 2001년 7월 환경친화적인 도시경관 디자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종합적인 도시경관 전문회사로서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익창출과는 거리가 먼 독자적인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환경을 중시하는 이상우 대표의 경영철학에서 기인한다. 획일화된 디자인에서 탈피해 도시문화와 지역의 특색을 조화시킨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의도에서다. 그는 "21세기의 모든 산업은 환경과 맥락을 같이한다"며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지 깨끗한 환경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공간 연출이 나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라고 말한다.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며 도시경관 사업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02)3665-6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