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집으로 들어왔다…무서웠다" ‥ 태풍에 멍든 童心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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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흔이 경남 마산에 있는 한 어촌마을 초등학생들의 일기장에 생생하게 남아 어른들이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자연재해로 인해 멍든 동심을 드러내 보였다.
마산시 진동면 고현마을에 있는 우산초등학교(교장 김용호)는 태풍 '매미'로 인해 전교생 69명 가운데 43명이 가옥이 파손되거나 침수돼 1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웃이나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가옥이 침수되고 아버지의 어선이 파손됐던 민정화양(8ㆍ2년)은 태풍 엄습 이튿날인 13일 일기에 "우리 집은 초상집이다. 태풍 때문에 집도 떠내려갔고 배도 바닷속으로 들어갔고, 어떤 배는 집으로 치고 들어왔었다. 우리 집도 물에 잠겼다"고 적어 참담한 심정을 나타냈다.
민영경양(10ㆍ4년)은 "오늘은 너무 슬프다. 바다에 있던 배들이 다 올라와서 집을 부수어 모두 망가져 버렸다. 믿기지 않는다"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상황을 기억했다.
집이 완전히 파손된 최은빈양(10ㆍ4년)은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아빠 엄마 손을 꼭 잡았다. 만약 우리가 태풍에 쓸려 내려 갔으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며 당시 공포감을 떠올렸다.
이창희양(10ㆍ4년)도 12일 일기에 "너무 무서웠다. 전기가 안와서 촛불을 켜고 있었는데 갑자기 1층까지 물이 차더니 배 3척이 우리 집 앞으로 들어왔다. 이 태풍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적었다.
장지원군(9ㆍ2년)은 13일 일기에서 "전기가 나가 촛불을 켜고 일기를 쓰고 있다. 앞으론 일기도 못 쓰겠다"며 정전의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민영하양(10ㆍ4년)은 "수재민이 돼 학교에 가면 놀림을 당할 것"이라며 걱정했고 같은 학년 이슬희양(10)은 "하루빨리 수재민이라는 탈을 벗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마산=김태현 기자 hyu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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